2004 문화 예술 결산<4>도서출판-국방일보  [04/12/24]
 
불황 ‘직격탄’… 역사·추리소설 선전

올 한 해 국내 출판계는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책이 가계 지출의 최우선 기피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심지어 불황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여겨졌던 아동 서적 시장마저 얼어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역사·추리 소설이 인기를 끈 한 해였다. 역사적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결합한 이른바 ‘팩션’(faction)류가 유행을 주도했다.

이런 추세에 편승, ‘다 빈치 코드’(댄 브라운)를 선두로 ‘천사와 악마’(댄 브라운), ‘단테 클럽’(매튜 펄), ‘진주 귀고리 소녀’(트레이시 슈발리에) 등이 서점가를 장악했다.

특히 ‘다 빈치 코드’는 출간 이후 줄곧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며 1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등 인기 가도를 달렸다.

올 한 해는 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대안 부재의 현실에서 미래 비전을 갈망하는 독자의 가슴을 파고드는 국내외 근·현대 인물의 자서전이나 평전, 자수성가한 국내 기업 최고 전문 경영인(CEO)들의 자전적 이야기가 유난히 많이 나왔다.

특히 ‘칼의 노래’ ‘불멸의 이순신’ ‘이순신의 두 얼굴’ 등 이순신 붐이라 일컬을 정도로 난세의 영웅 이순신을 재조명한 책이 쏟아져 나왔다.

이와 함께 경제·경영서와 처세서 시장에서는 리더십과 자기 계발 서적이 퇴조한 반면 ‘땅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땅투자 관련 책이 많이 선보였다. 땅테크를 다룬 책은 적어도 1만 부는 팔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집 없어도 땅은 사라’(김혜경), ‘한국의 땅 부자들’(조성근) 같은 책이 10만 부를 훌쩍 넘어서는 등 땅테크 실용서들이 꾸준히 팔린 한 해였다.

또 중국에 대한 관심 고조와 맞물려 중국을 다룬 경제·경영서와 처세서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한자 열기의 확산으로 한자 공부 책도 인기를 끌었다.

학습 만화 ‘마법천자문’ 시리즈는 지난해 11월 출간된 이래 1년간 200만 부 이상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연예계의 한류 열풍에 힘입어 아시아 전역으로 우리 출판물이 번역·발간되는 등 큰 인기를 끈 것도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상도’(최인호)를 수입해 재미를 본 중국의 세계지식출판사는 인터넷 작가 귀여니의 작품들을 수입·출간하면서 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판매율을 보였다.

드라마 ‘대장금’의 원작 소설은 대만에서 한때 베스트셀러 1위 행진을 계속하며 20만 부 이상 판매됐으며 일본에서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원작 소설이 120만 부 이상 팔렸다.

성공적인 도서 외교 또한 올 한 해 국내 출판계에서 주목받아야 할 한 부분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2005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과 2005년 2월 대만에서 열리는 대만도서전, 그리고 41년 역사를 자랑하는 2008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선정됐다.

더불어 아동 서적이 해외에서 잇따라 상을 받음으로써 우리 출판계의 위상을 높인 한 해였다. 올해 볼로냐 도서전에서 윤미숙의 ‘팥죽할멈과 호랑이’와 신동준의 ‘지하철은 달려온다’가 라카치상 픽션·논픽션 부문 상을 받았다.

올해 군사 분야 서적 중에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책이 유난히 많았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책은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미국의 원로 기자 밥 우드워드가 쓴 ‘공격 시나리오’다. 이라크 선제 공격 결정을 둘러싼 조지 W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유력 인사들이 벌인 각축전과 정책 결정 과정을 생생히 그려 낸 것이 장점이다.

한편 군내 출판물에서도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 한용섭 교수가 저술한 ‘한반도 평화와 군비 통제’가 한국국제정치학회가 수여하는 2004년 한국국제정치학회 저술상을 받음으로써 출판계의 한 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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