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베스트 셀러 휴대전화·인터넷이 만든다 [2004. 12. 22]

드라마를 소설화한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팬덤)는 국내에서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판권이 수출되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상도>(최인호), <국화꽃 향기>(김하인), <그 놈은 멋있었다>(귀여니)가 나란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고 최근 나상만의 <혼자 뜨는 달>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에는 1만2000달러에, <대장금>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바 있는 대만에는 1만 달러에 이미 계약을 끝냈다.

일본에서는 1억원 이상을 내걸고 출판사들이 경합중이라고 한다. 일본 다이이치(第一) 생명경제연구소가 <겨울연가>가 올해에만 한일 양국에 약 2300억엔(약 2조3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할 정도니 판권계약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올해 일본의 베스트셀러 키워드는 ‘드라마’라고 일컬을 정도니 말이다. 이처럼 ‘드라마 회귀현상’을 주도한 <겨울연가>로 말미암아 드라마나 영화와 관련된 책들이 일제히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열풍을 불러온 것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이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입소문을 만드는 일등공신이라면 인터넷은 그 입소문을 확대하는 ‘증폭장치’라 할 수 있다. 전에는 좋은 영화라 해도 입소문이 나기 전에 상영이 끝나 히트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문자메시지의 속도성으로 말미암아 무서울 정도로 반응이 빠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미없다’는 소문이 나도 뭐가 재미없는지 보러올 정도로 무서운 반응을 몰고 온다.

이런 경우 인터넷은 신문광고 효과 이상이다. 입소문이 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 출판사 사이트나 인터넷서점으로 직접 링크할 수 있어 책에 대한 화제는 실질 판매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일본의 출판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주머니가 가벼운 10대가 아니라 중장년층과 ‘일하는’ 30대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구매력도 크지만 언제든 자기 계발과 자기 치유에 열중하려 한다. 자기계발에 대한 책을 보는 사람들이 자기 위안을 위해 드라마 소설을 열광적으로 찾고 있기에 한류와 연관된 드라마 소설에 동아시아 출판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휴대전화 입소문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현상은 우리 출판시장에서도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의 경우 드라마보다는 주로 영화쪽이다. 영화로는 흥행에 실패했더라도 책은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카타야마 쿄이치), <진주 귀고리 소녀>(트레이시 슈발리에)가 대표적이다. 또 최근에는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상영 이후 지난 2000년에 나온 <체 게바라 평전>(장 코르미에)이 인문 1위에 다시 오르는 등 체 게바라 관련서들이 일제히 인기를 얻기도 했다.

앞으로는 블로그을 이용한 인터넷 베스트셀러 만들기 마케팅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갈수록 이용자수가 늘어나고 있는 블로그에서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주제가 뉴스와 서평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링크할 곳이 있어야 화제를 만들 수 있어 출판사들은 책에 대한 사이트를 만들어갈 것이며, 영화나 드라마 같은 다른 매체와의 접속을 꾸준히 시도하려 들 것이다. 내용이 너무 감각적으로 변해간다는 아쉬움이 크긴 하지만.


(한기호 한국출판문화연구소장)=한겨레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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