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젊은층 강세..‘섹스·폭력’소재많아 -문화일보 [04/12/21]
 
공모 40%늘어 총 1473명 4472편응모 ‘뜨거운열기’

문학과 함께 새해를 여는 문화일보 신춘문예의 열기는 올해 뜨거웠다. 전반적인 문자 텍스트의 위축속에 응모자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깨고 응모작은 지난해에 비해 40%가량이나 늘었다. 또 30, 40대 여성들이 특징적인 최대 응모자군을 형성했던 최근 몇년간의 신춘문예 경향과 다르게 젊은층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같은 변화는 우울한 경기 불황과 청년 실업의 짙은 그늘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되며 동시에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문학의 위기, 문자 텍스트의 위기라고 이름 붙여진 이 시대에도 여전히 많다는 것을,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5일 마감해 현재 심사가 진행중인 올해 신춘문예에는 총 1473명이 참여해 총 4472편을 내놨다. 분야별 응모자 수는 시 부문 794명 (3763편), 소설 438명(453편), 동화 209명(224편), 문학평론 32명(32편)이다. 이는 지난해 1073명, 총 3193편이 참여했던 것에 비해 약 40% 증가한 수치이다. 분야별로는 지난해(135편)에 비해 60%가량 늘어난 동화가 가장 많이 증가했는데, 이는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성장한 어린이 출판시장과 이에 따른 폭발적인 어린이 문학 수요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또 시와 동화, 시와 소설 혹은 소설과 문학평론 등을 함께 내놓은 응모자들도 꽤 있었다. 지역별로는 전국에 고루 흩어져 있었고, 캐나다 중국 일본 미국 영국 등 멀리 해외에서 작품을 보내오기도 했다. 연령별로는 고등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했는데 그중에서도 대학생들과 젊은 세대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인터넷영향 '짧은 글쓰기'눈길

◈소설부문〓지난 17일 소설 예심을 통해 11편을 본심에 올린 문학평론가 권성우(숙명여대)교수와 소설가 김형경씨는 이번 신춘문예에 응모한 소설들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젊은층의 대거 응모 ▲젊은 세대의 발랄한 상상력 ▲섹스와 그로테스크한 폭력성의 일상화 ▲형식파괴 등을 꼽았다. 최근 몇년간 특징적인 응모군을 형성했던 30, 40대 아줌마부대가 후퇴하고 대학생과 20대 젊은 세대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이는 아마도 경기불황의 여파로 보이는데 심사위원들은 결과적으로 기성세대들이 보여줄 수 없는 자유롭고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젊은 세대는 소설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깨고, 만화와 팬터지적 상상력을 자유롭게 담아냈는데, 아직까지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지는 못했고 테크닉 면에서 떨어지지만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 면에서는 대단히 희망적이라고 심사위원들은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소재면에서는 다양함 속에서도 성과 그로테스크한 폭력이 양대 소재로 꼽혔다.

섹스, 패티시즘, 동거 등을 포괄하는 성은 신춘문예 지망생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로 나타났고 인육 먹기, 엽기적인 살해, 몸의 파괴 등 기괴한 폭력성도 여러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이는 영화, 게임 등을 통해 본 폭력성이 현대인의 문화속에 일상화된 결과로 풀이됐다. 형식면에서는 전통적인 소설 형식에 대한 관심의 퇴조가 뚜렷해 전통적 형식을 깨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 대신 편지, 대화, 독백, 단상 등의 형식을 취했고, 특히 단락단락 나눠진 짧은 글쓰기도 눈에 띄었다고 지적됐다. 이는 짧은 인터넷 글쓰기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 같은 형식 파괴는 새로운 시도 정도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심사위원들은 새로운 형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형식에 대한 완벽한 숙지와 철저한 탐구가 이뤄져야 하는데, 새로운 시도들은 단순한 시도에 그쳤고 서사의 조직력이나 이야기의 탄탄한 구성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회적이고 산문시 형태 주종

◈시 부문〓지난 19일 진행된 시부문 예심은 이문재, 나희덕 시인이 맡았다. 이들은 이번 신춘문예 작품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나아졌지만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는 작품은 적었다고 평가했다.

소재는 일정한 경향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져 도시적이고 모던한 시부터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시, 실직·전쟁·이주노동자 등 현실을 반영한 작품, 인터넷·게임·휴대전화등 새로운 매체를 그린 작품 등 대단히 넓은 스펙트럼을 보였다. 연령층 역시 고등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아마추어 시인들과 문학적 수업을 받은 시인들이 뚜렷이 구분돼 아마추어 시인들의 경우 토속적인 것, 향토적인 것, 가족, 고향 문제 등을 주로 다뤄 문학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는 향수의 도구로 쓰이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 일정한 수준에 오른 시들은 상대적으로 도회적이고 모던한 시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지나치게 많은 문학 수업을 통해 가다듬은 결과, 전형적인 시들을 많이 냈다고 지적했다. 형식적으로는 시가 길어지고 산문시 형태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흥미롭게도 시에서도 역시 소설과 같이 성과 그로테스크한 폭력성이 주요한 소재로 꼽혔다. 성, 성적 욕망, 신체부위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들이 많아졌고 자신의 몸을 칼로 자르는 식의 그로테크한 폭력적인 장면들이 자주 등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신춘문예 시와 소설을 통해 보면 성과 폭력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특정 장르를 넘어서 가장 빈번하게 통용되고, 동시에 일상화된 대중적 문화 코드임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평론의 경우 김영하, 천운영, 김연수, 배수아 등 젊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분석이 많았고, 개별 작가, 혹은 작품론이 아닌 만화, 인터넷과 소설 혹은 문학의 연관성을 분석한 글들도 있었다. 한편 문화일보 신춘문예는 이번주까지 동화, 문학평론, 소설과 시의 본심을 마무리한 뒤 개별통고를 거쳐 내년 1월1일자 지면을 통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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