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기획·교육프로그램 개발…출판사들 사업다각화 시도에 박수  [04/12/17]
 
[박종현기자의 출판 25시]전시회 기획·교육프로그램 개발…출판사들 사업다각화 시도에 박수

문화산업의 주체적 공급자로 자리잡길

불황 탈출을 위한 방안일까, 아니면 지식산업계의 적극적인 현장 참여일까. 인접 영역과 연계시킨 사업다각화로 시장을 개척해가는 출판사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경제경영 출판사로 알려진 더난출판을 비롯해 인디북, 다빈치, 한길사 등이 출판 인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독자들에게 또 다른 선물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열려 내년 3월 말까지 이어지는 ‘톨스토이전, 살아 있는 톨스토이를 만나다’라는 주제의 전시회는 여러 단체가 주최자로 참여하고 있지만, 실은 한 중견 출판사가 2년 넘게 준비해 마련한 자리다. 지난해 ‘톨스토이 단편선’을 내놓은 도서출판 인디북이 대문호 톨스토이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계획으로 선보인 것이다.

전시회를 진두지휘한 손상목 인디북 대표는 출판계의 적극적인 문화산업 참여를 역설한다. “출판이 문화산업의 핵심이고 지식산업의 총체라는 말은 많이 해왔지만, 출판계가 내부의 역량과 가치를 외부로 확장해 제공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소설과 희곡 등 작품성과 대중성이 있는 글을 보고 영화와 방송이 수요자로 등장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출판계가 주체적인 공급자로 나선 경우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공공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사업에 중견 출판사가 뛰어들자 각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지난 16일 전시회를 보고 간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반전과 반핵 등이 요구되는 시대상황에서 톨스토이의 사랑의 정신은 책과 전시회를 통해 더 자연스럽게 전해질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2월 초에 ‘돈의 IQ’ ‘돈의 EQ’ 프로그램을 선보인 더난출판은 책을 통한 교육을 강조한다. 신경렬 더난출판 대표는 “불황일수록 경제경영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지만, 교육과 책을 연계한 프로그램은 없었다”며 “책과 교육의 통합은 독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보다 싶게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독자들도 출판사의 기획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 출판사가 초대해 이뤄진 세계적 머니 프로그램 운영자 혼다 겐의 4번에 걸친 강연회에는 3800명이 넘는 독자가 참석했다. 또 출판사가 교육 프로그램 개설을 위해 사이트(www.moneyq.co.kr)를 열자 1만명이 넘는 독자가 회원으로 참여했다.

두 출판사만이 아니다. 예술전문 출판사 다빈치의 김장호 대표는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에스파스 다빈치’라는 화랑을 열었다. ‘이중섭 그대에게 가는 길’ 등 미술 서적을 내면서 확산시킨 예술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포부에서다. 한길사도 경기 파주 헤이리에 ‘북하우스’를 열고 인문서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좋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 영역에서 나름의 지식정보를 쌓은 출판사들이 그 정보를 현장에 접목시키는 새로운 활동은 사실 낯설다. 더구나 단행본 출판사들은 그 동안 인문·경제 부문의 간행에 주력해왔을 뿐 다른 영역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구분이 허물어지는 지금 출판계와 독자들은 선도자들의 새로운 시도에 우려보다는 기대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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