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탄생’ ‘문학 빅뱅’ 최대수확 [2004. 12. 14.]

문학계 2004년 되돌아보니…

몇년째 침체기를 거쳐온 문학계는 올해도 여전히 발생 종수는 줄고 있고 판매 역시 부진한 한 해였다. 최종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11월 현재까지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의 소설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고, 출판 편집자들마다 어려운 한해였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외형적 부진속에서도 내적으로는 여러가지 새로운 상징적인 징후들이 나타났고 이 때문에 꽤 의미있는 한해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문학의 스타만들기〓올해 문학에서는 김훈과 김영하라는 문학적 스타가 나왔다. 이들은 은희경, 신경숙, 공지영씨 등 90년대 여성작가들을 끝으로 ‘문학권’을 넘어서는 새로운 문학 스타가 나오지 않았던 공백기를 마무리하면서 등장했다.

이들은 각각 다른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김훈씨가 문학 외부에서 만들어졌다면 김영하씨는 문학 내부에서 나왔다.

알려진 대로 김훈씨는 지난 탄핵정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칼의 노래’를 거론하면서 ‘뉴스’로 대중앞에 등장한 뒤 작가와 작품이 보여주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남성성’, 하지만 기존의 폭력적 남성성과는 다른 허무주의적 남성성이 시대적 문화 코드와 연결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보였다.

이에 비해 김영하씨는 우리 문학사에서 전례없이 이산, 동인, 황순원 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 3개를 싹쓸이하면서 떠올랐다. 이는 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김영하씨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효과를 낳았다. 장르가 스타를 만들지만 스타가 장르전체를 견인하기도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반가운 일이었다.

◈읽기의 욕망〓올해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최근 100만부를 돌파한 ‘다빈치 코드’다. ‘다빈치 코드’는 소설시장과 소설 독자군을 확장시켰다는 의미를 갖는데 장르자체가 기존에 우리 시장에는 없던 사실과 허구를 뒤섞은 팩션(Faction)이며, 독자들 역시 상당수가 소설을 읽지 않던 독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문자텍스트의 쇠퇴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읽기의 욕망을 갖고 있으며, 잠재적 소설독자군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이어 외국소설 쪽에서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올해 50만부 팔렸고 국내소설에서는 ‘칼의 노래’(45만부)가 가장 많이 판매됐고,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11만부), 전경린의 ‘황진이’(2권, 15만질), 공지영의 ‘별들의 들판’(5만부), 김영하의 ‘검은 꽃’(3만부) 등이 뒤를 이었다.

이같은 베스트셀러들을 살펴보면 독자들의 독서 패턴을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이 베스트셀러들은 90년대처럼 ‘내면의 문학’, ‘여성 소설’등 하나의 이름으로 묶을 수 없는 다른 작품들이다.

이는 소설이 중요한 공동의 ‘문제에 대한 답’을 제공했던 시대가 지났고 이같은 시대에 다양하게 흩어진 독자들은 특정한 문학적 트렌드보다는 개별 작품의 완성도를 선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다빈치 코드’의 인기는 소설 읽기도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문화 소비 패턴속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그 어느시대보다 다양한 분야의 교양과 지식을 쌓을 준비가 돼 있는 문화소비자들은 소설 역시 ‘시대적 문화 유행’으로서 소비한다는 것이다. 즉 영화 1000만 관객시대, 뮤지컬 ‘마마미아’열풍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은 장르자체에 대한 충성도 없이 어떤 상품이 ‘문화적 코드’로 떠오르면 장르에 관계없이 뛰어들어 소비해 버린다.

◈세대교체〓올해 문학상 수상자들을 훑어보면 의미있는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김영하(36)씨가 3개의 상을 수상했고, 김경욱(33)씨는 한국일보문학상, 천운영(32)씨는 올해의 예술상, 윤성희(31)씨는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평론가 김동식씨는 “지난 몇해동안 젊은 작가들이 보여준 문학적 성과들을 문단의 어른들이 인정한 결과”로 풀이했는데 이는 우리 문학의 허리가 30대 젊은 작가들로 세대교체가 됐음을 드러내고 있다.

◈문학적 빅뱅과 Happy New Year〓문학권안에서 평론가들은 올 한해를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던 해로 평가했다. 평론가 김동식씨는 “출간자체는 줄어들었지만, 월간지, 계간지 등에 발표된 중단편과 장편들중 대단히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며 이들이 묶여 나올 즈음엔 문학의 새로운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평론가 서영채씨 역시 “문예지에 좋은 작품들이 많이 발표된 한해였고, 박완서, 황석영, 서정인씨 등 원로 세대는 건재함을 과시했고, 천명관, 이기호씨는 역사적 부채가 없는 세대의 글쓰기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공백이었던 포스트김영하의 자리를 채웠고, 천운영씨는 오정희, 신경숙을 잇는 고전적 미학을 보여줬다”며 올 한해를 ‘문학의 빅뱅’시기로 이름 붙였다. 따라서 그는 내년에는 튼실한 문학이 대중의 눈에도 많이 띌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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