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불황 선배님 힘내세요!  [04/12/17]
 
[기자수첩] 출판계 불황 선배님 힘내세요!

김 선배,선배가 새로 만든 책을 어제 받아보았습니다. 산뜻한 디자인에 튼튼한 제본,깔끔한 편집과 문장까지 만든 이들의 땀과 정성이 느껴지는 책이더군요. 책이 좋아서,정말 좋은 책을 만들고 싶어서 출판사를 차리는 게 꿈이라던 선배의 대학시절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9월 동문들이 모인 자리에서 ‘땅테크’ 책으로 몇억원대의 돈을 단번에 벌었다는 선배에게 부동산 투기나 부추기려고 출판사 시작했냐고 비난했던 기억이 납니다. 선배는 그래도 앞으로 10권 정도는 책을 더 낼 수 있게 됐다며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변호했지요.

선배네 출판사가 잇따른 실패로 폐업위기에 몰렸고 고육지책으로 재테크 붐을 겨냥한 책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 뒤의 일입니다. 저는 사정도 모르고 핏대만 올렸던 셈이지요. 이번에 나온 책에서 선배가 초심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참 부끄러웠습니다.

이제는 선배의 그 뚝심이 오히려 걱정되더군요. 하드커버에 두툼한 분량의 정통 인문서가 얼마나 팔릴까요? 인기없는 인문학의 전문서적인데다 대학 교양과목의 교재가 될만한 책도 아니라면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건 무의미한 일이겠지요.

아무런 걱정없이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선배가 어서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출판인으로서 양식과 자존심은 지키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벼랑끝까지 몰렸으면서도 선배는 불황을 탓하지도,독자에게 책임을 미루지도 않았다더군요. 좋은 책을 내지 못한 책임이라며 스스로를 질책했다던 선배에게서 저는 희망을 읽습니다. 선배의 건강과 무운을 빕니다.


(국민일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