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에 도전하는 연하도서  [04/11/18]
 
[출판수첩] 연하장에 도전하는 연하도서

‘단군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출판계에 색다른 실험이 진행중이다.

수선재,주변인의 길,책읽는 마을 등 7개의 중소 출판사들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성탄카드나 연하장 대신 책을 보내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성공하면 연 1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되는 성탄·연하장 시장의 상당부분을 출판계의 몫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게 이들 출판사의 기대다.

성탄연하장의 경우 공들여 보내봤자 휴지통으로 직행하기 일쑤. 이 때문에 아예 이메일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책이라면 사정은 다르다. 오래 소장하지는 않더라도 한번 정도는 읽어볼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될 수 있다. 성탄·연하장과 비슷한 가격대에,비슷한 크기로 책을 내놓을 수만 있다면 승산은 있는 셈.

컨소시엄측은 성탄·연하장의 가격대가 500∼4000원 정도인 점을 감안,책의 가격을 2800원으로 책정했다. 60쪽 안팎의 분량에 무게도 125g정도로 통일했다. 550원의 우편요금으로 보낼 수 있는 우편물의 기준의 150g이하이기 때문. 이번주부터 서점가 깔린 성탄·연하 전용 도서는 ‘풍경’ ‘무심’ ‘어머니’ 등 15종. 일단 서점이나 독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현재 전국 20여개 대형서점이 전용 우편함을 설치,우편서비스를 대행하는 방안을 추진중이고 일부는 전용코너까지 만들었다. 연하장 수요가 많은 기업이나 정치인들의 경우 대량구매의사를 타진해왔다. 컨소시엄측은 초판으로 15만부를 찍었지만 곧 30만부를 추가 인쇄할 계획이다.

연말연시가 지나면 이들 성탄·연하 전용 도서는 어떻게 될까. 연중 감사의 마음을 담은 생큐카드로 옷을 갈아입거나 언제든 지참할 수 있는 지하철 문고로 변신할 수도 있다. 컨소시엄측은 지하철 역사에서 무인판매가 가능하도록 자동판매기 제작까지 의뢰해놓은 상태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출판평론가 김영수씨는 “출판계가 불황인 것은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쳐 독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독자들을 찾아가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성탄·연하도서 보내기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초기단계인 만큼 이번 캠페인이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계에 새로운 틈새시장이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경품행사나 덤 얹어주기,광고 공세 정도가 마케팅의 전부인 출판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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