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론 불황 파고 못넘어…특화된 시리즈물 기획에 관심을

[박종현기자의 출판 25시]베스트셀러론 불황 파고 못넘어…특화된 시리즈물 기획에 관심을

지난해까지만 해도 출판시장에서는 일거에 ‘대박’을 터뜨린 책들이 많았다. ‘제살 깎아먹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MBC의 느낌표 선정 도서와 사회적 분위기를 탄 책들이 독자의 구매욕구를 집중적으로 자극했다. 그러나 집안이 어려운 때일수록 객지에 나가 ‘반짝 성공’을 거둔 자식보다는 언제나 집안을 지켜주는 자식이 든든한 법이다.

불황의 파고가 높자 출판사들의 효자 상품이 바뀌고 있다. 책세상의 ‘책세상문고’와 현암사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시리즈를 비롯해 사계절의 ‘생활사박물관’, 창해의 ‘창해 ABC’, 시공사의 ‘디스커버리 총서’, 뜨인돌의 ‘노빈손’, 소화의 ‘소화문고’, 살림출판사의 ‘살림지식총서’, 서해문집 ‘우리고전’ 시리즈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간행된 지 20년이 넘는 책을 포함해 이들 책은 지속적으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 시리즈에는 지금도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되고 번역되고 있다.

출판인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강한 출판사는 저력을 드러낸다는 데 동의한다. 정종진 대한출판협회 사무국장은 “마르지 않는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기획해 책을 내놓아야 장기적으로 살아 남는다”며 “사막에 인공비 뿌리듯이 한순간에 책을 내놓아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런 책을 간행하기 위해서는 자본력과 의지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단행본을 낼 때보다 훨씬 많은 공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많게는 수백권에 이르는 시리즈를 내려면 종수마다 수천만원의 손해를 볼 수 있는데 어지간한 의지로는 힘들다.

그러나 특화된 독자의 수요를 파악해 새로운 출판물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이 작업은 보람도 큰 편이다. 조진태 현암사 대표는 “소설류와 인문서 등 보통의 베스트셀러 생명은 1∼2년 정도로 짧지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시리즈는 벌써 15년 넘게 독자들이 꾸준히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며 경영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10년 이상을 내다본 책들이 효자상품으로 등장하자 출판사들은 시리즈물 출판을 적극 꾀하고 있다. 아카넷은 ‘대우고전총서’를 새롭게 내놓고 있으며, 김영사도 ‘생활문고’ 시리즈물을 내놓을 계획이다. ‘붓다의 영혼’ 과 ‘성과 영혼’ 등 ‘살아 있는 인류의 지혜’ 시리즈 5권을 내놓은 도서출판 창해의 전형배 사장은 “내년 초에 10권을 완간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마니아 등 특색 있는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출 생각”이라고 밝혔다.

책세상의 김광식 주관도 “앞으로 차별화된 독자층을 겨냥한 특성화된 출판이 시장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될 때 출판 인프라가 다져지고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이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움직일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만은 않다는 설명이다. ‘범죄학’처럼 한국 출판에서 다루지 않은 주제 등 각종 특화된 시리즈를 다루며 다양하게 출판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2004년도 달포가 채 안 남았다. 이벤트 중심의 책을 내기보다는 끈기를 가지고 내는 책이 궁극적으로 살아남고 출판사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을 출판인들은 절감하고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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