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이 선정하는 문학상 [04/11/12]
 
[편집자 레터] 고교생들이 선정하는 문학상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은 로랑 고데의 ‘스코르타의 태양’에 돌아갔습니다. 동시에 고교생들이 뽑는 문학상 ‘공쿠르 데 리세앙’상은 필리프 그랭베르의 ‘비밀’이 차지했습니다.

로랑 고데는 지난 2002년 고교생들이 주는 공쿠르상을 받으면서 일약 스타 작가로 떠오른 끝에 마침내 공쿠르상까지 받았습니다. 프랑스 문단에서는 공쿠르상 심사위원들이 최근 들어 수상작들의 판매가 부진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젊은층에게 인기있는 로랑 고데를 선택했다는 풍문이 나돌고 있답니다.

고교생들이 주는 공쿠르상을 통해 배출한 또 다른 스타 작가라면 중국계의 샨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샨사는 소설 ‘바둑 두는 여자’로 2001년 고교생들의 공쿠르상을 받아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최근 국내에도 번역된 역사 소설 ‘측천무후’를 통해 작가적 입지를 굳혔습니다. 고교생들이 수업 시간에만 읽는 문학 작품 이외에 동시대 소설을 읽도록 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고교생들의 공쿠르상은 대학 입학 시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상으로 인해 고교생들에게 동시대 문학에 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입시 지옥 속에서 수능과 논술 점수를 위해 독서를 해야 하는 한국의 고교생들에게 프랑스 고교생들의 공쿠르상과 같은 제도를 곧바로 응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책 읽는 것도 입시와 직접적 관련이 있어야 하는 실정에서 문학상 후보작들을 권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한국에도 문학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최근 대산재단이 주최한 청소년 문학상 수상 작품집 ‘수리공의 생’(정상혁 외 지음)이 민음사에서 나왔습니다. 중·고생을 대상으로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자를 가린 대산 청소년 문학상은 수상자들에게 총 70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하고, 대상과 금상 수상자는 대학 1~2학년 등록금 전액을 줍니다. 한국 문학의 꿈나무들을 찾기 위한 이 문학상이 문학 이외에 모든 문화 산업의 미래 콘텐츠라는 열매를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맺기를 바랍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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