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전집 출판대상 그들만의 리그?]

아동전집은 본디 출판으로 쳐주지도 않았다. 아동문학의 경우, 기존의 한계를 깨며 진정한 새로움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늘 주어진 주제를 표현만 바꾸는 ‘반복’만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아동출판은 일단 외국 것을 무조건 ‘베껴’ 자본을 축적하기에 바빴다. 베끼는 것도 엉망이기 일쑤였다. 여러 그림책을 전집으로 묶을 때는 원서의 판형을 무시하고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크면 자르고 작으면 키워서 동일한 판형에 집어넣었다. 그래서 출판의 폐해를 지적할 때면 늘 전집이 거론되곤 했다.

고가의 전집은 무엇보다 책의 질보다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앞세운다. 어른의 관점에서 어른의 기호에 맞추면서 획일화한 체제에 많은 내용을 우겨넣다 보니 다양성이 훼손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전집들을 고평가하는 일이 최근 벌어졌다. 지난 1일 첫 수상작을 낸 ‘한국출판문화대상’ 말이다. 이 상은 ‘대형기획’이란 명분 아래 전집으로 수상 자격을 한정했다. 잠재력과 시장점유율, 영향력이 작지 않지만 서점에서 쉽게 살 수 없고 적절한 평가 기준이 없다 해서 무관심 영역에 머물렀던 전집에 대한 출판사상 최초의 평가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상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창작동화를 교과학습에 연결시킨 것에 저작상을, 성인에게 인기 있다 해서 〈삼국지〉를 아이들용으로 만든 것에는 기획편집상을 주었다. ‘디즈니’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도 수상작에 있다. 이런 유형의 책들은 그동안 누누이 출판의 폐해로 지적되던 것들이다.

개발비와 인력만 많이 투하되면 무조건 ‘종합결정체’인가? 지금까지 전집류가 제 대접을 받지 못한 점을 반성하지도 않고, 오히려 기존 한계를 깨면서 국제적 수준으로 올라선 단행본을 아예 배제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려 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상의 주최자 중에는 상의 비용을 댄 한국출판경영자협회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포함돼 있다. 처음부터 이 주최 단체들 소속 출판사가 상을 받게 하자는 발상이 깔려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돈을 벌었으니 ‘권력’을 쥐었다고 착각하고는 이제 그 권력으로 문화적 ‘권위’마저 챙기겠다는 생각이 개입됐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공정성을 상실한 상에 문화관광부와 언론사까지 함께했으니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일까? 내년부터는 어린이도서상, 과학기술도서상 등을 합쳐 명실상부한 ‘최고의 상’으로 키워가겠다고 한다. 그 상도 ‘회원들의 나눠먹기’에 지나지 않을 것임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출판단체가 선정하는 대부분의 상이 이런 식이다.

행정자치부는 해마다 문화의 날에 시상하는 훈·포장에서 출판은 제외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문화관광부에 했다 한다. 다른 분야와 격이 맞지 않아서일까? 집안 내부의 ‘나눠먹기’ 행태에 질려서일까? 이런 대접을 받지 않으려면 이익에 따라 찢어져 집안싸움하고 있는 출판단체들이 발전적 해체를 통하여 하루빨리 재통합을 이뤄야 할 것이다.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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