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논란의 뒤…‘-10%’의 싸움  [04/11/02]
 

출판계가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출판사가 책을 발행할 때 정한 가격대로 독자에게 판매하는 '도서정가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출판·서점업계는 무분별한 덤핑을 없애기 위해 지난 해 2월부터 실시한 도서정가제가 입법 취지와는 달리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법규의 불합리한 예외조항을 개정, 건전한 도서유통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서점들은 출판불황의 주된 이유를 도서정가제의 할인조항에서 찾는 것은 근거가 궁한 얘기라며 도서정가제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중소 서점업계는 현행 도서정가제에는 할인행위와 마찬가지인 20% 안팎의 마일리지(구매실적 누진제)에 대한 규제가 없을 뿐더러 특히 발행 1년 이내 신간의 경우 인터넷 서점에 한해 일반서점보다 10% 싸게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형평성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할인경쟁을 하기 어려운 중소 출판사와 일반서점들은 정가판매로 고객의 외면을 받으면서 설 땅을 잃고 결국 적자경영으로 연쇄도산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선임연구원은 "출판시장의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소형 출판사와 서점들의 경우 지난해보다 평균 30% 이상 매출액이 급감하고, 특히 문학이나 인문서적의 판매량은 일부 인기 도서를 제외하고는 바닥 수준으로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서점 관계자들도 "일반서점은 책을 정가보다 싸게 팔 수 없기 때문에 10% 할인 판매가 허용된 인터넷 서점에 자꾸 밀리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 1999년 4천500여개에 이르던 오프라인 서점은 2002년 2천300여개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2천개 이하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에 무려 60% 가량의 서점이 문을 닫은 셈. 따라서 출판·서점업계는 문화상품인 동시에 사회적 공공재로서 출판물의 특수성을 고려해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을 위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서점 측은 출판불황의 주된 이유를 도서정가제의 할인조항에서 찾는 것은 근거와 논리가 궁한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인터넷 서점 관계자들은 "도서정가제가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두고 다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중소 오프라인 서점의 급감도 온라인 서점 때문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경기불황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구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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