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불황 여성작가로 숨통  [04/11/01]
 
국내 문학이 유례없는 흉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늦가을 들어 중견 여성작가 3 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10월 이후 책을 출간한 박완서 공지영 전경린 작품이 그나마 서점가에서 국내 문학 명맥을 잇고 있다.

올 한 해 한국문학은 상당히 부진했다. '연금술사' 의 파울로 코엘료, '다빈치 코드' 의 댄 브라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의 가타야마 교이치로 대표되는 외국 작가에 밀려 국내 문학은 독자들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나마 김훈의 '칼의 노래' 가 힘겨운 싸움을 했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 박완서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 (현대문학)과 공지영의 '별들 의 들판' (창비)이 11월 초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했고, 전경린의 소설 '황 진이' (이룸)도 출간 후 독자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박완서 15번째 장편인 '그 남자네 집' 은 나이 든 여인이 전쟁 직후 사랑했던 한 남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운명의 무게를 타고난 연륜으로 그려 내고 있다. 50년대 황폐한 서울 풍경과 이제 담담한 기억이 돼 버린 사랑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외국생활에서 돌아온 작가 공지영의 '별들의 들판' 은 독일 베를린에서 바라본 한국의 이면을 담았다. 고국에 가고 싶어도 못가는 동포, 광주민주화 운동 때 한국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독일인 등 그들의 상처를 통해 한국현대사를 되짚어 본다.

전경린의 '황진이' 는 조선시대 명기로 알려진 황진이 삶과 사랑을 소재로 하 고 있다. 단순한 기생이 아닌 운명과 당당히 맞서 살다간 한 여성으로서 황진 이 삶을 그리고 있다.

이들 여성작가 작품들이 출간 즉시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작품성 때문이다. 그 동안 일기장 같은 불륜소설, 뜻도 알 수 없는 실험소설류에 지친 독자들이 지명도 있는 작가의 선 굵은 소설에 끌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학의 위기를 논하는 말들이 넘쳐나는 지금 검증받은 작가들 작품들이 새 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는 느낌이다.


(매일경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