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쪽 정중한 검사와 사과 [04/11/01]
 
도둑 의심받고도 기분좋아

며칠 전에 컴퓨터 프로그램 공부를 위해 영풍문고에 갔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너무 양도 많고 복잡하게 나와 있어서 괜찮은 책이 있으면 사려고 했다. 그 책이 있는 코너로 가서 살펴보니 여러 권이 있긴 했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제일 나은 것 같아 그냥 빌려온 책으로 공부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문자메시지가 와서 휴대전화를 꺼내려는데, 작은 가방에 빌려온 두꺼운 책이며 토익책이랑 다른 물건들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하나씩 꺼내며 문자를 확인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노신사가 다가와서 웃으면서 “손님 혹시 좀 전에 가방에 뭐 넣으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순간 나는 좀전의 내 행동이 오해를 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상당히 정중히 물어봐서 아무 것도 안 넣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가방을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라고 하시길래 보여 드렸다. 오해가 풀리자 “예, 죄송합니다. 저의 실수입니다”라며 사과를 하셨다. 그리고는 두손을 모으고 다시 한번 사과하며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라는 인사까지 빼놓지 않았다. 나는 내가 의심받은 상황임에도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밝아지고 있었다.

사실 일반적으로 손님이 의심받는 상황이라면 검은 정장에 이어폰과 무전기를 가진 위압적인 보안 직원과 맞닥뜨리기 쉬운데 시종일관 미소를 띠며 정중하게 다가와 손님 기분을 생각해 끝인사까지 잊지 않는 노신사를 생각하니 좀 대조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순간 손님에게 정중한 태도로 임하는 노신사를 생각하니 값비싼 서비스는 별다른 데서 나오는 게 아니구나 생각하며 흐뭇하게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차재욱/서울 동작구 흑석동)=한겨레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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