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기자의 출판 25시]서서히 자리잡는 파주어린이 책잔치                    [2004. 10. 30]

진행-안전면에서 올해는 높은 점수
전시보다 판매에 치중한 운영 아쉬움

경기도 파주에서 펼쳐진 어린이 책잔치가 일요일인 지난 24일 열흘간의 일정을 소화하며 끝났다. 이번 행사에서는 어린이 도서전을 비롯해 체험 프로그램인 어린이 건축학교,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하는 헌책 전시회 등이 선보였고 27개 출판사별로 5000여종의 다양한 책전시회가 펼쳐졌다.

책 만들기와 종이접기, 헌책 전시회, 출판사와 인쇄소 견학, 어린이 건축학교 등 체험 프로그램도 소개됐으며 음악공연과 영화축제, 별자리여행 등 볼거리도 많았다. ‘자연과 놀아요’라는 주제로 행사를 치른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출판도시에서 놀며 배워요’라는 주제로 행사가 열려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많은 행사가 열린 출판문화정보센터 앞에는 구급차와 소방차가 서 있고 보건소에서 나온 의료진이 상주해 어린이를 손님으로 맞은 주최측이 안전문제에도 꽤 신경을 쓴 모습이 드러났다. 운영상의 미숙한 부분도 많이 다듬어진 느낌이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책의 문화’를 보여주며 책과 친하게 만들겠다는 당초 목표대로 아이들의 눈길을 끄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책잔치 현장을 지킨 이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번 행사의 운영위원장인 이건복 동녘출판사 대표는 “어린이 책잔치는 국내에서 이제 걸음마 단계로, 이들이 성인이 될 때쯤에나 행사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쯤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뀐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행사는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올 연말쯤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 내년 어린이 책잔치는 보다 내실 있게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내년 말쯤에는 100여개사가 파주출판단지에 입주하게 되므로 단지 전체를 개방해 명실상부한 책잔치로서의 큰 그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먼저 지난해에는 ‘자연이랑 놀아요’라는 주제어처럼 주변이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메밀꽃과 코스모스가 가을 분위기를 만들어 냈으며, 일부 관람객들은 인근 옥수수밭과 들녘을 산책하기도 했다. 현장을 둘러본 이들은 전시된 책의 양도 줄어든 느낌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어린이 책잔치인데도 오후가 되면 어른들의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려 주 관람객인 어린이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비난을 산 것은 ‘책잔치’가 ‘책장사’로 둔갑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전시 기간 중 많은 출판사에서는 도서를 판매했으며, 어른을 위한 인문도서 판매도 겸해 어린이 책잔치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지 못했다. 주 전시장을 제외하고는 카드 결제가 안 돼 그나마 책을 사려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문화관광부와 파주시에서 각각 2억원과 4억원을 지원받고 참여 출판사가 8억원을 출연해 만든 전시회 치고는 너무 판매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전시 기능보다는 판매 기능에 비중을 둬 비룡소 사계절 열화당 등 개별 출판사가 공들여 기획한 전시회의 노고마저 퇴색됐다. 그러나 이건복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전시회가 나아졌다”며 “어린이 책잔치가 저작권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주로 찾는 이들이 어린이 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 기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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