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날'에 대한 단상 [04/10/29]
 
[책@세상] '만화의 날'에 대한 단상

다음달 3일은 ‘만화의 날’입니다. (사)한국만화가협회와 우리만화연대 등 관련 단체가 주최가 되고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등 굵직한 기관들이 후원으로 나서는 만화축제의 날이죠.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일대 명동거리를 ‘만화의 거리’로 지정하는 선포식을 비롯해 만화가와 팬의 만남, 코스프레 경연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명동입구나 밀리오레 등에서 열립니다.

잠깐 옆길로 샐게요. 요즘 들어 무슨 무슨 ‘날’이 무척 많아졌죠. 1년 365일 중에 무슨 ‘날’이 안 걸리는 날이 오히려 며칠 안 될 거예요. 그런데 그 날들 중 꽤 많은 날들이 진정한 축제의 하루라기 보다는 제발 이 날을 좀 기억해 달라는 안간힘이 담겨 있습니다. 제발 노인들을 생각해달라고, 제발 저축을 해달라고 등 사연도 다양합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만화의 날’도 사실은 만화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실 국내 만화시장은 인터넷과 게임 등의 급성장과 대조적으로 급격히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전국에 쫙 깔렸던 만화대여점은 PC방에 자리를 내주며 만화단행본 시장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에 빠뜨렸습니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그렇게 잘 된다는 만화잡지도 국내에서는 폐간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터넷만화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긴 했으나 사실 만화가들이 인터넷에 만화 그려 먹고 살기는 아직 어려운 실정입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일을 해서 생계가 막연하다면 누가 그 분야에 남아있겠습니까.

당연히 만화계가 생존에 전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넷이라는, 가공할만한 적수를 만난 시대변화 탓도 있겠고 만화 원작을 쏙쏙 빼먹기는 하면서 정작 만화계에 대한 투자는 생각조차 않는 다른 엔터테인먼트 장르의 얄팍함도 있겠지요. 최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등이 적극 나서고 있으나 잘 하면 ‘한국의 대표 콘텐츠’가 될만한 만화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든 원인을 ‘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겠지요.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만화계의 스타 부재’입니다. 만화가 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대부분은 50 고개를 넘어선 이현세며 허영만 등을 떠올립니다. 최근 젊은 만화가들이 알려지고 있으나 대선배들만한 ‘스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역량 부족탓만은 아닌 듯 합니다. 만화가들의 특징 중 하나인 ‘조용히 일만 하기’가 빚어낸 부분도 큽니다. 팬들과의 만남도 자주 갖고 사회적 활동에도 모습을 보이며 ‘만화가’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젊은 만화가들의 자선 파티나 만화의 날 축제 등은 좋은 자리라 생각됩니다. 주말 명동에도 들러보시고 다음달 종로 호프집도 찾아보시며 ‘만화가들의 세상나들이’를 따뜻하게 맞아주시면 이들이 부쩍 힘을 얻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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