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0. 20.

난생 처음 뮤지컬이란 걸 봤다. 가끔 문화연대 회원을 대상으로 공연 초대권에 응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곤 하는데, 때를 놓치지 않고 이벤트에 응모를 해서 표를 얻을 수 있었다. 뮤지컬이란 말에 혹해서, 내용은 볼 것도 없이 신청해서 표를 구했다. 요즘 소규모 뮤지컬들이 붐이라는데, 정말 대학로로 통하는 지하철 역 벽면에는 여러 뮤지컬 전단지들이 참 많이도 붙어 있었다. 나도 드디어 뮤지컬이란 걸 보는 구나...  기대 만빵하고 대학로 발렌타인 소극장 2관으로 향했다.
항상 그렇듯이 문화생활 좀 하려고 하면 시간이 애매해서 저녁 식사를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이날도 그랬다. 그래서 혜화역 바로 옆에 있는 토스트를 먹고 다시 소극장으로 향했다. 몇 달 전 연극 <유리가면 에피소드 II>를 보기 전에 잠시 들러 먹었던 그 집이다.
뮤지컬은 어떤 걸까, 두근두근 두근두근.
극장에 들어섰다.
여느 연극 공연과 비슷한 무대 장치... 잠시 실망했다.
그런데 극이 시작되기도 전, 배우들이 공연 시작 전부터 피아노 연주에 따라 관객과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뮤지컬에 나오는 그 배역의 성격 그대로, 때론 바보스럽게, 또 때론 색스런 모습으로, 무선 마이크 셋을 머리에 끼고 사진 찍으라 포즈까지 취해 주고 있었다. 특이하고 웃겼다.
공연 시간 100분. 소극장의 불편한 의자 때문에 몸 이곳저곳이 쑤셔오긴 했지만, 참 재밌었다. 창작 뮤지컬인 만큼, 가사 하나 가락 하나에 들였을 작가들의 노력이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가 너무도 개성있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고단한 연습과정이 읽혀지기도 했다. 연극에 노래라는 단 하나의 요소가 더 추가되었을 뿐인데, 참 연극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내용은 음... 그냥 X같은 세상에서 X같은 경우를 접하게 되는 장님 소녀의 이야기를 전혀 억지스럽지 않게 만들어낸 이야기라고나 할까. 교훈적이지도 않고 헛된 희망도 품지 않게 해 주는 결말이 못내 아쉽긴 했지만, 모... 세상이 그런 것을... 하면서 좋은 느낌 그대로 간직하기로 했다. <지하철 1호선>도 꼭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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