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사재기' 온라인으로 또 왔네 [04/10/22]
자기 출판사책 사들여 베스트셀러 만들기

출판사 직원 ㄱ아무개씨는 최근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출판사 직원 ㄴ아무개씨에게서 ‘특별한’ 부탁을 받았다. ㄴ씨가 다니는 출판사에서 얼마 전 펴낸 책을 특정 인터넷 서점에서 사달라는 것이다. ㄱ씨가 책을 사서 영수증을 자신에게 보내주면 책 값을 돌려주며, 구입한 책은 ㄱ씨가 가지라는 제안이었다. 한번만 도와달라는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ㄱ씨는 ㄴ씨가 말한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산 뒤 영수증을 보냈고, ㄴ씨는 말한 대로 ㄱ씨에게 책값을 부쳤다.

인터넷서점은 일반 책방과 달리
1명이 여러권 사도 순위반영
“광고 비용으로 차라리‥”
순위 올리기 쉬운 인문서 중심 '작전'

한동안 출판계에서 사라졌던 ‘사재기’가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출판사들이 자기 책을 자기가 사서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는 ‘사재기’는 지난 2001년 극성을 부리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은 뒤 출판및인쇄진흥법에 처벌조항까지 마련돼 법으로 금지됐다. 이후 출판계에서 잠시 사라졌으나 최근 일부 출판사들이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에 자기 책을 올리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런 ‘온라인 사재기’는 주로 대중적인 책들이 대상이었던 예전 사재기와는 달리 인문교양서 등 비교적 판매량이 적은 분야쪽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문교양서의 경우 적은 부수를 사도 판매 순위를 급속하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집중해 확실한 효과를 노리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 ㄱ씨가 책을 사준 책의 경우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같은 주제의 책들이 나왔지만 이런 수법에 힘입어 다른 책들보다 훨씬 높은 순위로 바로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고 이후 판매에 탄력을 받았다.

문제는 최근 다시 시작된 이런 ‘온라인 사재기’가 일반 서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이뤄지던 예전 사재기와는 달리 적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베스트셀러 순위를 집계하고 있는 오프라인 주요 서점들은 지난 사재기 파동 이후 손님 한 사람이 대량으로 같은 책을 구입하거나 단체주문에 의한 판매분은 아예 순위 집계에서 빼는 등 베스트셀러 순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제외하고 있어 사재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는 고객 한명이 같은 책을 다량으로 구입해도 모두 판매순위에 집계되고 있어 이런 사재기가 이뤄질 경우 베스트셀러 순위가 쉽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요즘 온라인 사재기는 바로 이런 맹점을 이용하고 있다.

출판사들이 그야말로 ‘극단적인 수단’이랄 수 있는 사재기를 하는 이유는 베스트셀러 순위의 위력 때문이다. 지방 서점들이 책을 주문할 때 서울의 주요 대형 서점 또는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최우선적으로 참고하고 있고, 독자들 역시 아직까지 책을 구입할 때 베스트셀러 순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서점 관계자는 “예전 오프라인 사재기처럼 규모가 크거나 광범위하지는 않아도 현재 온라인 사재기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부수는 책의 운명을 좌우하는 출간 초기의 단 며칠에 좌우되는 실정인데 책 광고의 효과가 점점 줄어들다보니 출판사들이 광고 비용으로 차라리 사재기하자는 식으로 모험을 하고 또 이렇게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순위를 광고에 다시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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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10-2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이런 기사봤는데 몰랐던 사실이라 좀 놀랐어요. 전 베스트셀러는 정말 사람들이 많이 사봐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순진했던 것인지...ㅜㅜ;;

찬타 2004-10-25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서의 경우는 크게 지장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인문사회과학 서적 같은 경우는 열 권 정도만 사재기해도 금방 주간 베스트 1위로 올라갈 만큼의 판매량이 되는데, 문학이나 일반 대중서는 사재기하려면 좀 돈을 많이 들잖아요...^^ 전 그래서 알라딘에서 책 살 때, 꼭 한 명 이상에게 뿅갈 만큼 깊은 감동을 준, 그런 책을 사려고 노력(ㅠ.ㅠ.)해요... 물론 그냥 충동구매할 때가 더 많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