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웅거러 “익살 유머… 내 재능은 세상의 것” ] [ 04/10/18]
독일 접경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는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번번이 독일에 점령된 곳이지만 이제는 유럽의회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또한 세계적인 그림동화 작가 중 한 명인 토미 웅거러(74)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는 1998년 어린이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으며 유럽문화상을 받았다. 30개국에서 그의 책 149종이 번역됐다. 국내서도 ‘개와 고양이의 영웅 플릭스’ ‘꼬마 구름 파랑이’ 등 그의 대표적 동화들이 번역 출간됐다.

그는 1976년부터 아일랜드에서 6000마리의 양을 기르며 살고 있지만 가을에는 ‘어린이와 교육을 위한 유럽의회 대사’로 일하기 위해 이곳 스트라스부르로 온다. 최근 찾아간 그의 집에는 책과 그림, 장난감, 미술재료들이 널려 있었다.

그는 “이곳은 독일에 자주 침략 당해 내 할머니는 평생 다섯 번이나 독일인과 프랑스인으로 번갈아 국적을 바꿨다”며 “나 역시 아돌프 히틀러 초상화 밑에서 공부했으며 전쟁 중에는 독일어를 못해서, 전후에는 프랑스어를 못한다고 해서 가혹한 벌을 받아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를 졸업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를 여행하다가 스물여섯 살 때 60달러만 갖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며 “이후 미술가로서 내 인생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강렬한 베트남전 반전 포스터들을 그린 후 미국에서 내 작품이 출판 금지된 상태”라며 “하지만 미국을 미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책 가운데 60여종이 동화이다. 이들 동화는 사실적인 것부터 환상적인 것까지 스타일이 매우 다양하지만 전쟁과 차별에 반대한다는 공통 주제를 갖고 있다.

그는 “소년시절 겪은 경직된 흑백논리의 폐해에서 배운 게 크다”며 “지금 나는 유럽의회 슬로건인 ‘모두 다르지만, 모두 평등하다’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전후 독일인들과의 벽을 허무는 일에 힘을 쏟아왔다. 독일어로도 책을 펴내 왔으며 독일 노래 모음집을 펴내 밀리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는 “독일 칼스루헤 유치원 건물을 고양이처럼 디자인해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대표작 ‘곰 인형 오토’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함께 초등학교 교과서가 되었다.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는 것은 무엇보다 익살과 유머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는 “때때로 지금 내가 짓는 웃음이 세계로 날아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가 내게 웃어 보인다면 그건 내가 수십년 전 지은 웃음이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 제작한 6000점의 미술작품과 5000여점의 희귀 장난감들을 스트라스부르시에 기증해 ‘토미 웅거러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그는 “재능은 내 것이 아니라 세상의 것”이라며 “내가 지금 무엇에 집착하겠는가”라며 웃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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