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의 착각

인간은 본성적으로 게으르다. 그렇기 때문에 육체노동을 싫어하며 복잡한 생각을 싫어한다. 가능하다면 우리들은 힘든 길보다 쉬운 길을 택하고 싶어한다.

인터넷의 일상화는 우리 삶의 방식 및 사고 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책 읽기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누구나 쉽사리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리는 누구나 성공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나는 그 사람의 생각이라고 본다.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실행해 나가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성공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각은 학교 생활, 가정 생활, 사회 생활, 글 읽기 등을 통해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허공을 바라본 채 홀로 명상함을 통해서는 생각의 풍요로운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책 읽기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독자는 지은이의 생각을 뒤좇으며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전개한다. 남의 책 읽기는 스스로 생각하기, 비판적인 생각 갖기, 자기 자신의 생각 갖기 등의 현상을 동반한다.

그런데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급속히 전파됨에 따라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증가했다. 젊은이들의 경우 이러한 증가는 더 두드러진 것 같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쉽사리 다양한 정보에 접할 수 있는데 애써 책을 읽으며 골머리를 썩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이다. 스스로 책을 읽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수많은 생각을 인터넷이 연결해 주고 있는데 구태여 책을 읽을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스스로 책을 읽지 않아도 인터넷에 들어가면 스스로 독서한 효과, 아니 그 이상의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다양한 정보가 모니터 화면에 뜬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자기 생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니터 화면에 뜨는 정보, 혹은 종이로 출력해 복사해서 보는 정보도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모니터 화면이 꺼지고 나면 사라지고 마는 것과 같다. 모니터 화면에 뜨는 정보가 바로 자신의 생각, 자신의 지식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식 획득의 과정은 일종의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 인터넷의 정보든 책 속의 정보든 스스로 생각하는 노력을 투입해야 그것들이 어느 정도 자신의 지식으로 되고, 또 그런 과정을 거쳐 자신의 지식이 축적되어야 인터넷의 정보도 책의 정보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낼 수 있으며, 나아가 자신의 창조적인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을 빌려 오늘날의 사회 및 문화 형태를 제3물결의 지식정보화사회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회이며, 이러한 지식을 갖기 위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폭 넓고 깊이 있는 독서를 필요로 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힘든 일을 싫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노고를 통해서만 더 나은 단계의 삶을 성취하도록 만들어졌다. 책 읽기가 귀찮고 생각하기가 싫더라도 책과 씨름하며 자신의 사고를 길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인숙 동국대 철학과 교수ㆍ도서관장)=한국일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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