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는 이제 문화다  [04/10/18]
 
‘만화도 문화다’ ‘만화도 예술이다.’

이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까지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멸시와 냉대를 받고 청소년 유해매체로 낙인 찍히며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하나의 문화로서 그리고 예술로서 만화의 위상은 높아져 이제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가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당할지도 모른다.

과거 스포츠지에만 실리던 만화가 지금은 주요 일간지에 다양한 형식과 주제로 폭넓은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 것은 만화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만화영화’는 ‘애니메이션’으로 격상(?)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 ‘21세기 유망산업’ ‘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의 찬사와 함께 경제적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만화는 크게 보면, 영상으로 보는 애니메이션과 종이에 인쇄된 출판만화로 나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일본 문화 개방에 따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의 토토로’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모험’ 등 작품성 있는 영화가 국내에 잇따라 개봉되고, ‘슈렉’ 등 미국 애니메이션도 대중적 인기는 물론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이제 애니메이션은 영화의 한 장르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애니메이션이 관객들에게 수동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와 비슷하다면 ‘출판만화’는 소설과 영화의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출판만화의 가장 큰 특징은 글과 그림의 결합체라는 점이다. 소설처럼 글로 이루어져 독자가 콘텐츠를 좀더 능동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여지가 영화에서보다 더 넓다.

출판만화는 애니메이션만큼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지난 여름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KBS 드라마 ‘풀하우스’가 큰 성공을 거두는 등 출판만화의 ‘이야기’를 빌려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려는 시도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출판만화는 소설과 달리 문학적 엄숙주의와 거리가 멀고 애니메이션보다는 문학적 상상력의 여지가 더 큰 장르다. 또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영화, 캐릭터 산업으로의 발전 등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의 가능성은 열려 있으며, 이 모든 것의 원형으로서 출판만화의 자부심은 드높다.

서울애니메이션축제, 춘천애니메이션축제 등 만화축제는 여럿 있지만, 축제 이름에서 드러나듯 화려한 애니메이션이 중심이고 출판만화는 조연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철저히 출판만화를 중심으로 한 부천만화축제는 여느 만화축제와 달리 만화가 중심의 만화 잔치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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