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가 책에 묻힌다 [04/10/18]
'한도시 한 책 읽기' 운동 내달까지
장일순씨 글모음 '좁쌀 한알' 선정
아파트단지 주민 뭉쳐 돌려읽기도
원주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원주를 커다란 책 마을로 만드는 야심찬 풀뿌리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다. “원주 시민 모두가 한 권의 책으로 뭉치자”며 시작한 ‘한 도시 한 책 읽기(ONE CITY ONE BOOK)’. 지난 7월 추진위가 결성됐고 지난달 15일 원주 출신으로 국내 생명운동의 ‘대부(代父)’로 불렸던 무위당(无爲堂) 장일순(張壹淳·1928~1994)의 글씨와 그림, 산문을 모아 엮은 ‘좁쌀 한 알’이 뽑혔다.
지난주 원주 평생교육정보관 열람실에서 ‘좁쌀 한 알’(도솔출판사)의 저자 최성현씨와 지역 주부들이 함께하는 독서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열람실을 가득 메운 이들은 원주 주부독서회원들. 독서회장인 김인자씨는 “남편은 물론이고 남편의 직장 동료들, 옆집 아줌마들과도 함께 읽을 책 행사를 시작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14개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단계동 주민 자치회장으로 이 운동에 동참한 조병진씨는 “2만여 명의 주민이 500권으로 릴레이를 시작한다”며 “책으로 수다를 떠는 멋진 아파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사랑의 책 릴레이’에 참여한 이들은 개인과 학교, 단체를 포함해 모두 50곳. 추진위원으로 활동 중인 제현수 생명원주21실천협의회 사무국장은 “영어학원, 무용교습소, 초등학교 자모회, 주유소 등까지 가세한 문화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 구입에 쓰라며 시민들의 성금도 이어졌다. 제 국장은 “1계좌 10만원으로 금액을 제한해 400여 만원을 모았다”고 말했다.
책을 읽고 감상문을 보내는 시민에게는 기념 배지를 주고, 책 릴레이에 참여한 가정과 직장에는 참여 사실을 알리는 기념 문패도 달아줄 계획이다.
첫 책을 고른 것은 시인 이상희씨, 도서평론가 이권우씨를 비롯해 김성수 원주문인협회장, 유라나 치악중학교 교사 등 도서 전문가와 지역 주민 7명으로 이뤄진 도서선정위원. 3차에 걸친 토론 끝에 이 책을 골랐다.
11월 중순쯤 사랑의 책 릴레이가 끝나면 백일장, 4행시 짓기, 독서신문과 독서엽서 만들기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연말까지 이어진다. 손종진 추진위원장은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책을 읽었다고 고백하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며 “해마다 새로운 책으로 책 읽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