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기자의 출판 25시 [04/10/15]
 
'2005국제도서전' 주빈국 선정됐음에도 후임 조직위원장 인선 놓고 허송세월

문광부-출판계 지혜모다 행사준비를

지난 10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이 5일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폐막됐다. 2005년 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 관계자 등 한국에서만 550여명의 출판 관계자들이 이 기간에 독일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출판인들은 2008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된 것에 고무되기도 하고, 한국 책과 문화에 관심을 둔 외국 출판인들의 계약 상담을 받으면서 기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내년 도서전의 주빈국이어서 한국 국가홍보관을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예년에 비해 잦아 뿌듯했다는 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독일에서 한국 출판의 미래를 논하던 출판인들은 지금 주빈국 조직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될 것인지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당장 조직위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 준비할 게 많은데, 행사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막막합니다”라고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조직위가 제대로 구성되지 못해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주빈국인 아랍연합의 행사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무게를 더한다.

조직위는 지난 9월 중순 위원장이었던 이강숙 전 예술종합학교 교장이 사퇴한 이후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위원장 중 최연장자인 박맹호 민음사 대표가 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이달 말쯤까지만 직무를 대행할 것이라고 못박아 놓은 실정이다. 박 대행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를 기정사실화해 후임자 물색은 시급한 현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조직위는 이렇다 할 조직위 재구성 일정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마치 지난해 10월 조직위가 구성될 때처럼 ‘출판계 인사’ 추천이냐 ‘외부 인사’ 영입이냐는 논란을 재연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출판계는 명예위원장은 명망가급의 외부인사가 맡더라도, 조직위원장은 출판인들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관련 부처인 문화관광부에 꾸준히 제기했다. 그러나 결국 이 전 위원장이 사무적인 실권이 있는 조직위원장직을 요구해 출판계의 요구는 거부됐다.

그러나 동일한 논란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조직위원장 선출이 밥그릇 싸움도 아닐 터인데 문광부와 출협, 기존 조직위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이달 초 ‘책의 날’ 행사에서는 주무장관인 정동채 장관이 “도서전에 대한 출판계의 준비가 미흡하다”고 질타까지 했다. 또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를 명예위원장으로 영입하려던 계획도 연기된 상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빈국 행사를 둘러본 조직위 관계자들이 출판계 인사가 위원장직을 맡아 내년 도서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김재원 문광부 출판신문과장은 “정부 차원에서는 출판계가 위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고려할 것”이라고 이전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도서전이 분명 출판계 행사이니만큼 조직위가 예산 타령만 할 게 아니라, 출판계에 역할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1년도 안 남은 주빈국 행사 준비를 위해서는 정부와 출판계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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