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원로작가 그르니에 “요즘 문학은 사랑아닌 섹스만 다뤄”]

프랑스 문단의 원로 로제 그르니에(85·사진)가 대한민국예술원 개원 50주년 기념 국제예술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그르니에씨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대상과 페미나상, 알베르 카뮈 상을 받았으며 프랑스 최고 권위의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최장수 편집위원으로 있다.

그가 12일 ‘오늘의 문학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프랑스 현대문학의 단면들은 최근 한국 문학계에서 부정적 측면으로 지적 받고 있는 ‘불륜 문학’ ‘자전 문학’ 등과 흡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요즘 프랑스 작가들이 다루는 건 사랑이 아니라 섹스입니다. 정사 장면에 대한 묘사는 남성보다 여성 작가들이 훨씬 더 대담하고 노골적이지요. 카트린 퀴세의 ‘오르가슴’, 알리나 레이에스의 ‘만족’, 길렌 뒤낭의 ‘후안무치’, 안니 에르노의 ‘수치’ 등 문학적인 수준을 갖춘 여성 작가들의 소설 제목부터 그렇습니다.”

그는 또 ‘자전적 소설(auto-fiction)’이란 작품 속 내용이 실제 자신한테 일어났다고 독자들에게 믿게 하려고 애쓰는 소설들이라며 “이런 것들을 줄곧 쓰는 작가들은 아주 낮은 수준으로 전락해 버리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갈리마르 출판사의 창립자인 가스통 갈리마르 때부터 갈리마르 가문 3대와 함께 40년 동안 일해 왔다. 그는 “매년 프랑스 전역에서 단행본 1권 분량의 원고가 1만건가량 투고된다”며 “그 가운데 10∼20편만 출판될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오기 전 가방 하나 분량의 한국 책들을 읽었다고 밝힌 그는 “한국의 문학은 역사적 격동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며 “특히 이문열씨의 소설 ‘시인’을 잘 읽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문학에는 설명적이며 교육적인 면이 있다”며 “한국의 문학이 자유로워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고 변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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