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011의 광고를 들으며 꽤 궁금해했던 사람. 어떤 이의 음성이 이토록 아름다울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다시 아주 우연하게 기회가 닿기 전에는 절대로 내가 직접 찾아 나서는 일은 없는. 결국 알게 됐다. Keren Ann. 오늘 아침 AM7을 보면서 우승현 기자가 쓴 그녀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된 것이다. 이럴 땐 이 음반을 사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다.

“제 노랜 가을풍경 담은 로드무비”
011 CF 배경음악 주인공 케렌 앤

솔직히 ‘케렌 앤’이라고 하면 잘 알지 못한다. 이렇게 설명해보자. 대학생 커플이 야밤의 놀이터에서 첫 키스를 나누고, ‘우리의 011은 이렇게 시작됐다’는 카피가 흐르던 광고의 배경음악 ‘Not going anywhere’가 바로 그의 목소리다. 휴대폰 벨소리로, 싸이월드 홈피 배경음악으로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를 끈 이 노래의 주인공, 프렌치 팝 가수 케렌 앤이 한국을 방문해 5일 AM7을 찾았다.

CF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자신의 음악이 싹둑 잘려서 들려지는 건 노래를 육신처럼 생각하는 가수에겐 그다지 반갑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그래서 CF에 제 음악이 쓰이는 걸 잘 허락지 않는데, 한국에서 보내온 스토리 보드가 흥미로웠어요. 처음 만난 남녀가 술을 마신 후 5분 만에 사랑에 빠져 첫 키스를 나눈다는 게 좀 웃음이 나더라구요. 시골분교를 담은 CF에도 제 음악이 쓰였는데, 도대체 무슨 상품을 파는 건지 알 수 없는 신기한 광고라서 음악사용을 허락했습니다.”

마시멜로우 같은 폭신한 목소리에, 공연 전 1시간 이상의 명상을 한다는 정보 때문에 가졌던 ‘고상하고, 우아한’ 편견이 툭 깨지는 순간. 국적은 프랑스지만 혈통은 자바섬 출신 할머니, 네덜란드 할아버지, 이스라엘 출신의 아버지 등등 .

“다양한 국적은 저에게 축복과 슬픔을 같이 준 자양분이에요. 부모세대의 다양한 문화가 편협함을 피하게 해줬지만, 늘 이동하며 살았던 유년기 때문에 슬픈 정서가 스며들었죠. 제 노래의 힘이기도 합니다.”

케렌 앤은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였다고 한다. 어느 날 자신이 쓰는 글을 청각화시켜보고 싶다는 욕망이 가수의 길을 걷게 했다. 작가가 글을 읽듯 삶을 소리로 만들어 보고 싶었단다.

“저의 노래는 언제나 이미지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귀를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장르요? 글쎄, 굳이 따지자면 가을 풍경을 담은 로드무비라고 할까. 안개가 옅게 낀 풍경을 담은.”

가수답게도, 그는 사람을 파악하는 다른 길을 알고 있었다. 목소리로 사람을 느끼고, 기억한단다.

“사람의 목소리는 그의 정체성이에요. 그래서 눈앞의 모습보다 목소리에 관심을 갖죠. 아무리 멋진 사람도 목소리가 이미지와 다르면 목소리를 믿어요. 자기 목소리를 한번 유심히 들어보세요. 어떤 캐릭터가 숨어 있는지.”

우승현기자 noyoma@munhwa.com
UPDATE : 2004-10-06 08:16: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