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 산다는 것 - 숨어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 기행
박영택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치열한 예술가의 모습이 담긴 에세이를 상상했다.
물론 그 상상은 한 시간도 채 되지 못해 허물어졌다.

review1.
<편집자 분투기>를 통해 연이 닿은 책. 편집상을 받기까지 한, 꽤 잘 만든 책이라길래, 더군다나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전위 예술가들의 작업장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담았다길래, 그들의 치열한 삶이 너무도 궁금하여 집어들었다. 그런데 책 속에는 예술가들의 모습이 없었다. 물론 그들의 삶이 녹아 있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다룬다는 건 자신을 죽이고 대상을 살려내는 것. 내 언어를 죽이고 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글쓴이의 현란한 수사들이 반복되면서 대상은 죽고 글쓴이만 남았다. 그들의 육성은 오간데 없고, 자신의 언어로 필터링된 또 다른 제 3의 인물들만이 화려하게 남아 있었다. 그들의 삶도, 그들의 작품도. 날 것 그대로, 혹은 날 것 그대로에 근접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review2.
앞의 생각에 폭 빠져, 다소 짜증스럽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며 책을 읽었다. 책 속에서 다룬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한 편 한 편 토막 토막. 그리고 깨달았다. 선물 포장지의 화려함 때문에, 혹은 이 책을 다룬 과장된 소개 글 때문에, 이 글을 그 틀에 맞춰 읽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은 예술가의 삶을 다룬 책이 아닌다. 글쓴이 박영택 개인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긴, 작가와 작품들에 관한 소프트한 비평서이다. 그래서 중심은 예술가가 아닌 글쓴이인 것이다.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작가들'이랄까.  이 책이 예술가의 삶을 다룬 글이 아니라면, 글쓴이의 회고록의 성격이 강한 글이라면 그다지 싫어할 이유가 없겠다 싶다. 그래서 참 난감하다. 절대 못 쓴 글도 아니고, 절대 가볍게 쓴 글도 아니라서, 혹독한 비판의 칼날을 빠져나가니 말이다.

review3.
이 책은 예술가를 돈도 명예도 삶도 없이 그저 작품 만들기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냥 그려내면서 일반인과 경계짓는다. 글쓴이가 그렇게 단편적으로밖에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 까닭도 있겠고(사실 글쓴이는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삶을 잘 들여다 보지 못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과 몇 차례에 걸친 인연 뿐이니, 그들이 그의 앞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을 턱은 없다.) 정말 그들이 그렇게 살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류의 예술가들, 혹은 이런 식으로 예술가들의 삶을 신비화시키고 그런 류의 삶에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들이 높이 평가되어야 할 지점은, 그들이 세속적인 것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땀방울을 흘려대며 작업을 한다는 그 자체이고, 그 속에서 자신을 향해 세상을 향해 말을 건넨다는 게 아닐까. 하여 예술가가 어디에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오지에 살든, 도심 한복판에 살든, 궁핍하든 그렇지 않든은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이다.
생활이 없는 예술가, 내가 경험하지 못하는 삶이니 자칫 경외의 대상으로, 혹은 환상 속에 사는 존재들로 그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지만, 예술이 전시장 안에 갇혀서는 안되듯, 예술가의 삶 또한 그 치열함 속에 생활이 담겨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가족이 없는 사람들, 혹은 가족을 등진 사람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해 내기 위해 타인을 버려야만 가능한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소위 말하는 '전위' 예술가들이 싫다. 그들은 결코 평범한 사람들을(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들과의 어떤 소통의 통로도 단절시켜버린 까닭에.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궁금했다. 그들은 정말 세상을 등지고 사는지, 그들의 관계망을 얼마나 촘촘하게 드려다 보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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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4-10-2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편집자 분투기> 읽고, <예술가로 산다는 것> 샀는데....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님의 리뷰를 읽으니,
걱정이 앞서는군요.ㅋㅋ
읽어보고 리뷰 올릴께요.
행복한 일요일!

찬타 2004-10-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도 전에 무신 걱정을..ㅋㅋ
책이란 게 취향에 따라 제 나름대로 나불거리면서 읽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즐겁게 읽으세요~ & 행복한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