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22
"제가 바빠진 걸 보니 북아트 인기 실감" [04/09/21]
“제가 이렇게 바빠진 걸 보면 북아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맞는 거 같아요.”
북아트 강사로 활동 중인 김나래(33)씨는 강의뿐 아니라 최근에는 전시회 준비로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제1회 서울국제북아트페어’를 끝내고 나자 10월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굵직한 행사를 준비할 때뿐 아니라 올해 들어 문의 전화가 유독 많아졌다는 점에서도 북아트의 성장을 실감할 수 있다. “전에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아내에게 주고 싶다는 남편의 부탁을 받고 그동안 이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들을 북아트로 만들어 드린 적이 있어요. 요즘에는 아예 직접 배워서 응용하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북아트의 가장 기본 단계인 책의 형태를 만드는 제본은 생활에서 다양한 쓰임이 가능하다. 손으로 직접 만든 책으로 육아일기를 쓰기도 하고 제본 형태를 응용해 앨범을 만들기도 한다. 이미 외국에서는 북아트가 대중화돼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젊은 사람뿐 아니라 노인 분들도 많이 해요. 소일거리로도 좋고 책을 만든다는 기쁨까지 함께 느낄 수 있어서 노인 프로그램으로 따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요.”
북아트가 국내에서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자 작품에 대한 고민도 이전보다 커졌다. 특히 북아트의 경우 텍스트도 함께 담아내야 하기에 만만찮은 작업이다. 그의 경우 대가족으로 살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이야기를 만드는 바탕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것도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화투’라는 작품이다. 북아트를 시작한 뒤 그에게 글쓰기는 빠뜨릴 수 없는 작업이다.
“글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북아트의 영역을 넓혀 놨어요. 글 쓰는 작가들이 북아트를 배우려고 하는 경우도 많고, 특히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를 함께 전하기 때문에 표현의 폭이 훨씬 다양하죠.”
작품이 저렴하다는 것도 북아트의 장점이다. 일반인들이 실제로 예술 작품을 구입하기란 쉽지 않지만, 북아트는 1만원에서부터 가장 비싼 작품이라 하더라도 100만원 안팎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훨씬 쉽게 대중들이 접할 수 있다.
국내에서 북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위해 강의를 맡겨 달라고 이곳저곳 발품을 팔았던 6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면, 몇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북아트에 대한 관심은 그에게 절반의 성공을 안겨준 셈이다.
“조금씩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니까 기분이야 좋죠. 대신 그만큼 책임도 강해져요.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라도 북아트에서 느껴지는 촉감을 사람들이 간직할 수 있었으면 해요. 디지털이 전부인 것 같지만, 결국 아날로그도 삶을 이루는 일부분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은 것이죠.”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