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할머니
우리 오를레브 글, 오라 에이탄 그림, 이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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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뜨개질하는 할머니가 아이들과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그림을 떠올렸다. 따뜻한 차 한 잔을 홀짝거리며 느릿한 말소리로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조곤조곤 늘어 놓는 할머니의 모습.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림이란 생각에서였다.
우유를 많이 탄 옅은 카페오레 빛깔의 종이에 커피를 짙게 내린 듯한 갈색 톤의 그림들이 이런 생각을 더욱 부추겼다. 첫장을 열자 그 속에선 할머니가 뜨개질을 한다. 낯선 동네를 찾아가 슬리퍼를 뜨고 카페트를 뜨고... 아이들도 뜨고 집도 뜨고.... 할머니가 뜬 모든 것엔 생명이 깃든다. 여기까지는 참 서정적이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뜬 아이들에게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학교에 보냈더니 실로 뜬 아이들은 가르칠 수 없단다. 교육에 대한 모독이란다. 동사무소로 장관실로 높은 분들을 찾아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할머니. "불평은 또박또박 말해야 한다"는 할머니는 나와 다른 것들에 배타적인 어른들과 관료들이 무지무지하게 화를 낸다. 너무도 평온해 보이던 그림책 속에는 사회에 대한 같은 것과 다른 것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겨 있었다.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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