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2. 13.

p. 69
"길이 있어 내가 가는 거시 아니라 내가 가므로써 길이 생기는 거시다."

p. 109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고, 세상과 절연하는 방법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세상과 조화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조화로움이 곧 아름다움이니까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괜히 화만 내고 가버리시네요."

pp. 136-137
"해탈의 경지를 알고 싶으면 물풀을 보라. 물풀은 화사한 꽃으로 물벌레들을 유인하지도 않고 달콤한 열매로 물짐승들을 유인하지도 않는다. 봄이면 연둣빛 싹으로 돋아나서 여름이면 암록빛 수풀로 무성해지고 가을이면 다갈색 아픔으로 흔들리다 겨울이면 조용히 스러지는 목숨.
그러나 물풀은 단지 물살에 자신의 전부를 내맡긴 채 살아가는 방법 하나로 일체의 갈등과 욕망에서 자유로워진 생명체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의지대로 흔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물살과 합일된 상태로만 흔들린다."

p. 161
"행복으로 가득 차 있는 인생이란 곧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인생이다. 인간은 어릴때부터 교육 기관을 통해서 체계적이면서도 조직적인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아직 행복이나 사랑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교육 기관은 신설되지 않았다. 현존하는 대다수의 교육 기관들이 앎은 중시하면서도 깨달음은 중시하지 않는다."

p. 181
"그러나 인간들이여. 욕망이 아니라 소망이어야 성취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욕망은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소망은 남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p. 189
"저는 물벼룩입니다. 이름 때문에 개벼룩과 친인척이 아닌가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개벼룩과는 현격하게 다른 성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벼룩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다른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습성을 가지고 있지만 물벼룩은 다른 동물의 생존을 위해서 자신을 통째로 보시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존에 집착하지 않으면 천하만물이 모두 아름다워 보입니다."

p. 204-(책날개에도 있다)
"인간은 네 가지의 눈을 가지고 있다. 육안, 뇌안, 심안, 영안. 어떤 눈을 개안하느냐에 따라 사랑의 크기도 달라진다. 여기 잘 익은 사과 한 개가 있다. 보는 눈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열거해 보이겠다. 육안으로 사과를 바라보는 인간에게 사과는 단지 둥글고 붉은 빛깔의 음식물에 불과하다. 음식물을 먹어치우는 일이 곧 음식물을 사랑하는 일이다. 뇌안으로 사과를 바라보는 인간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떠올린다. 그에게는 탐구가 곧 사랑이다. 그러나 본성에 이르지 못하고 현상에만 머물러 있다. 심안, 현상을 떠나 본성에 이른 눈이다. 심안을 가진 인간은 사과에 감동한다. 그야말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인간이다. 영안으로 사과를 바라보는 인간은 깨달음을 얻은 자다. 신의 본성과 우주의 본성과 자신의 본성과 사과의 본성이 하나로 보인다. 비로소 삼라만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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