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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를 먹는 불가사리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
정하섭 지음, 임연기 그림 / 길벗어린이 / 1999년 1월
평점 :
참 괜찮은 우리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상상의 동물 시리즈로 기획한 책들 중 하나인데, 내용도 그림도 훌륭하다. 전쟁이 잦던 고려 말기, 온갖 쇠를 다 먹어치우고 다니다가 조선이 세워지면서 사라졌다는 '불가사리'에 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몄는데, 감동이 짙다. 전쟁으로 남편과 자식을 잃은 슬픔을 달래던 시골 마을 어느 아낙. 밥풀떼기로 불가사리를 만들어 자신의 한을 달랜다.
밥풀떼기 불가사리야
너는 너는 자라서
쇠를 먹고 자라서
죽지 말고 자라서
모든 쇠를 먹어라
다 먹어 치워라
이 아낙의 바람이 밥풀떼기 불가사리에게 생명을 불러일으키고 바람대로 불가사리는 아낙의 집에 있던 바늘, 가위, 솥부터 시작해서 저 멀리 전쟁터에 있는 창과 방패까지 모두 먹어 치운다. 전쟁에 대한 한을 상상의 동물을 통해 풀어내는 힘이 놀랍다. 중간중간 리듬감 있는 가락들도 참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