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12

어제 비몽사몽하며 유선방송에서 재방하는 타이타닉을 봤지..
올만에 보니까.. 음.. 꽤.. 재밌더라구..

98년인가에 본 영화였는데, 그 당시에는 디카프리오의 그 매력적인 얼굴과 그 뱃머리에서 둘이 멋찌게 포즈 취하며 '날라간다'는 조금은 유치한 장면, 그리고 난파된 배 옆에서 물 속으로 깊이 사라져 가던 디카프리오의 모습 정도밖에는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음... 꽤 의미있는 장면들이 많아 보이더라고..

죽음을 맞이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부족한 구명보트 탓에 결국 피신하길 중단한 두 아이의 엄마는 객실에서 아이들을 안정시키면 따뜻한 최후를 맞이하고, 침대 위에서 꼭 끌어 안고 두려움과 떨림 속에서 최후를 맞는 노부부의 모습도 인상 깊었지.. 마지막까지 캡틴으로서 키를 잡고 운명을 맞는 선장과 배의 종말을 맞는 순간의 시계의 정확함을 위해 시간을 다시 맞추는 배 설계사... 그리고 끝까지 살아 보겠다는 의지로, 조금도 오래 버티기를 갈망하는 두 주인공...까지... 그런데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건 역시 누가 듣든 말든 연주를 즐기던 그 멋찐 악사들이다.. "언제 저들이 우리의 음악을 들었던가." 거꾸로 보면 자족적인 예술가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나쁙 해석하기에는 음.. 그들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1등 실의 사람들과 저 뱃바닥에서 화로속에 석탄을 퍼 붓는 노동자들의 상반된 모습, 그리고 자신의 삶을 조금도 챙피하게 생각지 않는 디카프리오.... 그리고 한 마디의 명언. "순간을 소중하게..."

요즘은 저 말이 유독 잘도 눈에 띈다.. 순간, 찰나, 지금, 여기... '다음'이라는 이름으로 현재를 희생시키지 말 것을, 현재를 수단화시키지 말 것을.. 요즘 읽는 책에서.. 그리고 이 타이타닉이란 영화 속에서 자꾸만 만나게 된다.

좋은 영화는 오래 남겠지..
영화든 책이든... 단 한 번의 만남으로는 너무 놓치게 되는게 많은 것 같다.. 그땐 몰랐던 것들을 다시 만나게 되며... 어젯밤 조그만 즐거움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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