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18
지난주엔 저어기 명동 서울애니메이션 센타에서 하는 카나다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2002에서 단편을 몇 편인가 봤다..
예쁜 그림들도 있고.. 기발까진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다.. 특히 영화 <조의 아파트>를 연상시키는 <크리스토퍼의 방청소소동>이 꼭 나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뜨끔한 맘이 아주 쬐끔들었고.. 동화 <신데렐라>를 각색해 주인공을 펭귄들로 처리한 <신데렐라 펭귄 이야기>도 괜찮았다..
나름대로 철학적 색체가 느껴진 작품은 <대폭발>이란 애니. 애니 내용을 짤막짤막 소개해 놓은 책자에는 "한 가정의 부부 싸움과 지구의 핵전쟁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야기. 의외의 반전과 갈등의 해결과정이 따뜻한 유머와 감동을 선사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이 애니는.. 부부싸움을 하느라 핵폭발이 일어나는 줄도 모르고 있던 한 부부의 썰렁한(? 어의없다고 하는게 맞겠다) 개죽음을 표현하고 있다.. 오히려 이 작품은 사회와 유리된 인간의 종말을 그리고 있다고 과대해석해 볼 수도 있겠고... 혹은 문밖의 세상에서 핵폭발이 일어나건 말건, 지금, 자신이 머물고 있는 바로 그곳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진다는 현실론을 펼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과 토론자료로 써도 아주 좋을 만한 상황설정인 것 같다..
그 담에 본 건, 저패니메이션이라고 하는 일본 판타지 아니마 페스티발. <엑스 드라이버><사쿠라대전>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또 한편의 아니마를 봤는데.. 음.. 이 행사를 기획한 사람들은 판타지가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지가 궁금케 만든 축제였다. 기계인간만 나오면, 나쁜 요괴를 물리치는 전쟁류의 스토리만 나오면, 아니면 지금과 똑같은 상황인데, 시점만 2010년쯤으로만 설정해 놓으면 판타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영.. 마뜩치 않았다..
단, 두 애니 축제를 접하면서.. 확실히 내 자신이 일본만화의 그림체에 익숙하다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일본 애니의 그림이 훨씬 화려하고 단조롭지 않다.. 그러면서도 귀염성도 있고.. 또 색감도 좋고... 모 그런 걸 느껴다..
근데 또 얼마전 <시사인물사전-상상력을...>의 책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글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때문에 현재 내 취향에 대한 회의가 많이 든다. 일본은 헐리우드 애니가 전성기를 누릴 무렵, 자신들의 영화시장을 세계로 넓혀나가기 위한 전략으로 아이들 시청대의 tv 방송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공급했었고, 그 결과가 지금 일본 아니메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예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