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10. 31

1.
<메모의 기술>을 모두 읽었다.
역시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책이다.
이 책에 나온 내용 가운데 내가 해 볼만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무작정 실행에 옮겨 보기도 했다.
엊그제는 A4 이면지들 중 스탬플러 심이 박혀 팩스나 프린터에 넣기 곤란한
몇몇 종이들을 모아, 반으로 자르고 찝게를 꽂아 탁상용 메모지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모지를 책에 나온 대로 사무실 책상에서 가장 쉽게 손에 닿을 수 있는 오른 손 마우스 패드 바로 위에 놓아 두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메모에 들어갔는데, 오늘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 오늘 하루 일과와 내일 할 일, 몇 개월간 단기적으로 해야할 일 등을 점검하는 스케줄 메모도 해 봤다.
또 이 책을 읽고 나서 하고 싶은 몇 가지
내 삶에서 되고 싶은 몇 가지
하고 싶은 몇 가지들도 적어 보았다.
확실히 메모하는 동안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불완전한 메모지를 사용하다 보니 하루를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읽고 재정리하는 습관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2,
집에 오는 길에 한치 안주에 생맥주 한 잔을 걸치고
지하철에서 새로운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한 잔의 술로는 취기가 오르지 않으니 40분여를 지하철에서 보내야 하는 나는
종종 재밌는 읽을 거리를 찾아 꼭 들고 탄다.
(내겐 출퇴근 길에 신문은 금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행위지만, 나는 이 귀한 시간에 신문 나부랭이를 읽으며 열받거나 과도하게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싶진 않다. 남는 것도 별루 없는 것 같고, 신문을 열심히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더 삶이 피폐해지고 성격 버리는 동시해 불행해지는 것 같아, 요즘은 뉴스는 가급적 정보만을 전달하는 방송으로 대체하고 좀더 알고 싶은 주제들은 기껏해야 10매 내외의 글을 읽는 것보다, 시간이 좀더 들더라도 인터넷에서 찾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잡설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오늘 퇴근길에 들고 탄 책은 '송언 선생님이 쓴 초등학교 2학년 교실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선생님, 쟤가 그랬어요>이다.
좀 늦은 시간, 야근까지 한 덕에 꽤 피곤한 상태였는데도, 용케 휘릭휘릭 유쾌하게 책장이 넘어갔다. 초등학생만의 똘망하고 천진하며 개구스런 교실 모습을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발랄함으로 그날그날 기록한 읽기 글이 참 재밌다.
어린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인지 아이들을 닮은 선생님의 장난스럽고 군더더기 없는 글이 참 담백하게 다가왔다.
모두 읽을 때까지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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