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목적은 결국 행복해지는 것이다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마저 읽었다. 중간중간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나 작가들에 혹독한 비평가들에 대한 비판도 재밌고 소설이란 플롯을 구성하고 스토리를 덧붙이는 게 아니라 이미 어딘가에 있을 소설을 작가가 신 내림 받듯 줄창 써대는 것이란 스티븐의 이야기가 재밌다.

후진 작가, 괜찮은 작가, 훌륭한 작가는 절대로 바뀔 수 없다는 스티븐은 후진 작가들은 노력 여하에 따라 괜찮은 작가까지는 될 수 있지만 훌륭한 작가는 정말 타고난다고 못을 박아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소설을 쓰기 위해선 한 단어부터 차곡차곡 써내려 갈 수밖에 없다는 말 하루 2000단어씩을 꼬박꼬박 써대야 한다면 글쓰기 역시 노동(우리는 얼마나 글쟁이들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었던가..)임을 말하는 스티븐이 이쁘게만 보인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하루 2000단어 씩 꼬박꼬박 써 보면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욕망이 불쑥불쑥 솟아난다. 큰일이다. 아무튼 비록(?) 괜찮은 작가일지라도 결국 노동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읽으면서 내내 유쾌하다.

참, 책에 나오는 기발한 문장들 또한 책 읽는 즐거움을 더 해 준다.

가령 '글쓰기에 대한 책에는 대개 헛소리가 가득하다. (중략) 그래서 나는 책이 짧을수록 헛소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거나 '편집자는 언제나 옳다. 그러나 편집자의 충고를 모두 받아들이는 작가는 아무도 없다.'거나 '어떤 사람이 나에게 작가가 되고는 싶지만 '독서할 시간이 없다'고 말할 때마다 꼬박꼬박 5센트씩 모았다면 지금쯤 맛있는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거나 글을 어떻게 쓰느냐는 질문에 '한 번에 한 단어씩 쓰죠'라는 말이 그렇다.

이 재미 속에서 스티븐은 결국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라며 글쓰기의 목적, 이 책을 쓴 이유를 잊지 않는다. 구구절절 옳은 말들을 참 재미나게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