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 시간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1
알폰소 루아노 그림,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글,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곤 참 난감했다. 어린이 문학의 경계는 도대체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영화 [마리포사]에서 반정부 운동과 관련하여 끌려가던 선생님의 뒷모습을 다시 본 듯, 이 책을 보는 내내 불편했다.

“학교는 기존 체제의, 국가의 이데올로기를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한 공간일 수밖에 없는 걸까.”
“진정으로 행복한 세상을 위해 좀더 진보적인 내용을, 함께하는 삶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본질적인 가치만을 가르칠 순 없는 걸까.”
독재 권력에 맞선 사람들이 군인들에게 끌려가고 학교라는 공간에서 조차도 “우리 식구가 밤마다 하는 일”이란 주제로 가정의 일상까지 파고드는 유무형의 검열과 탄압. 반 세기를 거치며 뼈 속 깊이 존재하는 레드 콤플렉스의 경험을 갖고 있을 우리들의 의식과 맞닿아 더욱 끔찍하게 읽힌다.

읽으면서 내내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권위 있는 상까지 받았다는 이 끔찍한 책을 보며, 어린이 문학은, 어린이용 책의 경계는 어디일지 또한 궁금했다. 섬뜩한 이 책, 내용도 훌륭한 이 책을 나는 어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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