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를 읽다.(열린책들, 1992) 96년 누군가에게 추천받아 한 번 읽었던 책. 그러나 다시 읽기 전까지 내게 남아 있던 이 책의 이미지는 좀머 씨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시오!'라는 말 뿐이었다.

6년이 흐른 뒤 다시 읽은 이 책. 이 책으로부터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단절'과 '집착', '현대인', '일상성'과 같은 단어들이 주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 책에는 '좀머 씨'보다는 '나'라는 주인공(이 주인공 이름이 모였지? 있었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군!)의 유년기에 대한 기억/회상이 주로 담겨 있다. 그 속에서 좀머 씨 이야기는 아주 간간히 나타나다가 좀머 씨의 죽음을 목격했던 주인공에게 깊게 남겨진 그 기억, 그 특이한 인생(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스런 기억)으로 끝이 난다.

'버터 바른 빵과 물만이 들어 있는 배낭을 짊어지고 기다랗고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갖고 다니며 겨울에는 검은 색의 폭이 넓은 외투에 빨간색 털모자를 쓰고 고무 장화를 신고 여름에는 까만색 천으로 띠를 두른 밀집모자에 카라멜색 셔츠와 반바지 등산화를 신고 다니며....'

여디까지 쓰고 나서, 다시 책에서 좀머 씨를 언근한 페이지들을 읽으며 코멘트를 덧붙였다. 각각이 상징하고 있는 것들을... 조합해 볼 때... 좀머 씨는 현대인의 변형된 모습인 것 같다. 걷기 중독에 빠진 좀머 씨와 일중동에 빠진 현대인... 이 둘은 너무도 닮은 꼴이다. 쥐스킨트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 봐야겠다. 96년도에 난.. 이이의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는 것을 깨달았다.

덧붙여.. 걷기 중독증 좀머 씨- 흔적, 그가 남겼을 발자국. 도대체 그 따위가 모란 말인가? 같은 사이즈의 같은 신발을 신은 사람이 같은 길만 가면 '똑같이' 남겨질 그 발자국.. 삶은 역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여정을 즐기는 게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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