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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어디야 ㅣ 우리문고 3
유르그 슈비거 지음, 로트라우트 주자나 베르너 그림, 유혜자 옮김 / 우리교육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그 개가 온다>를 읽고 나서 꼭 읽어 봐야지, 싶었던 책.. 철학 동화라 소개되어 읽고 싶었었다. 철학 동화라는 말은 개뿔 같다.. 오히려 엽기호러허무개그 같다고나 할까? 뭔가 있는 척하면서 폼만 가득 잡다가 휘~익 하며 김을 확~ 빼 버리고야 마는... 언저리 뉴우스 같기도 하고.. 나름대로 글쓴이는 우리가 상투적으로 쓰는 말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내거나 읽을 거리를 끄적이는 것도 같지만, 글 속에서 전혀 작자의 의도로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한편으로는 말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다. 그건 상징이나 은유가 글 속에 많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도 아닌 것 같다. 한마디로 어려워서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아니란 것. 그냥 '나는 이런 기발한 생각도 한다~'라고 뽐내는 글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그런게 포스트 모더니즘적 글쓰기라 우긴다면야 모 할말은 없다, 쩝..
아무튼..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so what?' 이다.. 그래도 조금쯤 긍정적으로 이 책을 바라보자면, 이 책은 마치 한때 이유도 목적도 맥락도 동기도 없이 '그냥' 신드롬을 만들어 냈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토막 글들 속에 그냥 시작했다 그냥 끝나버리는 글들이 있어서) 또, 포스트 모더니즘적 판타지 엽기 허무 동화라고나 할까? 작가가 철저하게 계획한 독자와의 게임 같아 보이기도 한다. '뭔갈 교훈적인 이야기, 의미있는 이야기를 할 줄 알았지? 여기서 이렇게 끝나면 허무하지?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되면 너희들은 보통 이야기는 이러저러하게 흘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지 않아? 그렇지만 난 그걸 주지 않을거야.... 철저하게 배신을 때릴 거시지!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상상해본 저자의 의도)하며 건방을 떨며 독자를 우롱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but. 근데 어쩌나.. 책이 재미가 없어서 우롱할 독자가 줄어들겠는 걸..(독자의 반응) 그래도 게중에 '방랑자'나 '돼지와 종이' '곰으로 한세상'은 요리조리 생각해 볼만한 글인 것 같다. 권위에의 오류를 한번 저질러(흐음.. 그는 96년에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 요리조리 한번 더 휘리릭 뜯어봤는데, 역시나 그의 글은 아이디어 안에 갇혀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한 줄의 글을 써 놓고 그 한 줄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려다가 곧 막혀버림을 깨치곤 작중 인물이 나와서 '더 이상 이야기 하기 시러~' 해뻐리고 끝나버리는 허무 황당 스토리 이상은 아니다. 그래서 이 글들의 모음은 잠시의 유희거리나 생각의 단초를 제공해 신선하다거나 즉흥적인 재미를 줄 순 있겠지만, 이야기의 부재로 인해 기억에 남을 법 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