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 당신이 모르는,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43
희정 지음 / 오월의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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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정체성을 가진 또 다른 인터뷰이 강표는 진지한 얼굴로 ‘10년, 20년 뒤 삶을 그릴 수 없다‘고 했다. 결혼이라는 굵은 줄기가 사라진 생애주기의 텅 빈 공간이 낯설기만 하다. 강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른 나라 성소수자들은 라이프 계획을 어떻게 짤까요? 롤모델이 있나요?"라고 나에게 묻는다. 나도 모르는 이야기다. 내 코가 석 자다. 가족제도에 편입되지 않은 채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는 법을 모르겠다.
 다만 수영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롤모델을 찾지만, 정작필요한 것은 잘 사는 트랜스젠더 모델 하나가 아니라는 말.
"잘 사는 나이 든 트랜스젠더 한 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사회에서 좋은 삶이라고 상상하는 여지가 넓어져야 하는 거지요. 60대의 좋은 삶이라고 하면 돈 많은 삶밖에 안 떠노르잖아요. 살 만한 삶에 대한 이 사회의 상상력 너무 좁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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