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나비와 달님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그림, 장영복 글 / 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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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 웹툰을 보다가 놀란 적이 있었다. <소름>이라는 공포 연작물인데, 한 간호사가 남의 아이에게 모성애를 느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타인의 아이를 보며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아이를 소유하려고 한다. 뒷 이야기야 공포물이니 뭐 죽이고 그런 내용이다. 


  놀란 이유는 공포물이라서 아니었다. 남의 아이에 대하여 모성을 느끼는 존재에 대한 신기함이었다. 모성은 본성인가, 후천적인 속성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언제나 나는 후천적으로 학습된 결과라고 목 놓아 이야기한다. 세상에 모성애를 타고 나는 여자는 없다고. 나 자신과 친구들이라는 한정적인 경험이 전부이지만, 그러하다. 


  10달 고생해서 낳은 애를 보고 느낀 첫 감정은, 이 꿈틀이가 내가 낳은 건가? 가 첫번째 감상이었고, 살결이 찢어지며 젖을 물리면서 너무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예쁘다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도망가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었다. 그러다가 키우면서 점점 정이 들고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지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모성을 느낀 나는, 아까의 그 웹툰도, 이 책<호랑나비와 달님>도 참 놀라웠다.




  죽음을 앞둔 호랑나비가 달님에게 기도한다. 이제 내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말이다. 알들을 놓고 호랑나비는 사마귀에게 잡아먹힌다. 달님은 자연의 이치야, 하고 돌아서면서도 괜히 신경쓰이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나보다. 알들이 커서 애벌레가 되자, 잘 있나 확인한다. 오늘은 몇 마리가 살아남았나 하고 말이다.


  처음부터 달님이 호랑나비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생각날 때마다 눈길 한 번 주었을 뿐이다. 그렇게 시작된 달님의 모성은 어미를 대신하여 애벌레를 사랑하게 된다. 아이들이 하나 하나 사라질 때마다 졸이는 가슴을 어찌 하지 못하는 달님을 보며 엄마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마지막 애벌레가 활짝 날개를 펴는 모습은 화면 가득하게 나타내었다. 보는 내 마음도 환하게 펼쳐지는 듯 하다. 은은한 색감과 다정한 선들로 엄마의 마음을 나타낸 그림책. 그림 뿐만 아니라 그 말들도 참 입에 잘 붙게 써내려갔다. 우리말의 다정함을 잘 살려 고즈넉하게 읽어준다. 말들도 이쁘다.


  아이들도 엄마들도 각자의 생각대로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말도 글도 생각도 아름다운 그림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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