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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ㅣ The Collection Ⅱ
크베타 파초프스카 글.그림, 박대진 옮김 / 보림 / 2015년 5월
평점 :
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책을 만나는 그것과 닮아 있다. 어떤 책들을 소개를 받아 만나기도 하고, 조건을 따져 찾아보기도
한다. 그런 의도된 만남도 좋지만, 때로는 우연히 만나는 감동이 클 때도 있다. 처음 크베타 파초프스카의 책을 만난 것도 그런 우연이다.
도서관에 가서 무심코 꺼낸 책이 참 색달랐다. 아이가 그린 듯한 힘 있는 선에 놀랐고, 붉은 바탕에 강렬한 그림들이 인상깊었다.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도 이색적이었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마치 아이들 머릿 속을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번에 만나게 된 크베타의 책은 그의 장점을 가장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그림책을 벗어나 그림책의 탈을 쓰고 있는 작품집 내지는 포트폴리오같다. 알파벳을 주제로 각 낱자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회화적 성격을 드러낸
그의 솜씨에 놀랐다. 평면적인 그림책에서 아래와 같은 입체를 추구하였다.
위 그림 오른쪽에 볼면 그의 페르소나 같은 인물이 그려져 있다. 전작에서는
달팽이의 몸을 가진 형태로 나타났었다. 한 작가의 그림책을 알고 있다는 것은 이렇게 즐거운 책 읽기를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작가가 남긴
힌트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깨알 재미라고 해야하나. 익숙한 얼굴을 새 책에서 발견할 때면, 작가와 내가 통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그렇겠지.
권장연령을 생각하다가 이내 그만두기로 한다. 작품에 권장 연령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이 보아도, 어른이 보아도 뭔가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것이 권장 연령이지 싶다.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작품을 소유하는데
그리 크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