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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아이들 1부 - 사냥하는 여자, 에일라 (상) ㅣ 대지의 아이들
진 M. 아우얼 지음, 김은영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을 읽지 않은지 몇년 만에 읽게 된 소설책. 원저는 5부작으로 현재도 진행중인 대하소설인데 그 중 1부만 이번에 출간된 모양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이 공존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고대 인간들의 삶을 소설로 구성했다.
작가가 이 작품에 착안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발굴된 고대 원시인 유골이 있었는데, 상당한 지체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작가는 여기에서 적자생존의 싸움만이 난무했을 것이라 짐작되던 선사시대에도 장애인이 나름의 자기 역할을 수행하며 살았을 것이고 그를 보필하는 주변인들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되며 구석기시대 인류도 요즘 이야기하는 사랑, 희생, 헌신, 도전 이런 가치들을 형성하며 살았을 것이라는 착안을 하게 된다.
책은 초반에는 다소 지루하지만 첫권의 1/3 정도를 넘기면 흡인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주인공 에일라가 자아를 발현시켜 나가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여자들에게는 금기시되었던 사냥법을 익히는 과정, 이로 인해 종족으로부터 형벌을 받는 사건 등등 많은 일화들을 통해 구석기시대 소녀가 자연과 사회에 도전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흥미있게 그리고 있다. 다만 읽다 보면 자꾸만 할리우드 영화가 연상되고 10여세의 가녀린 원시 소녀가 지나치게 불굴의 영웅으로 설정된 것은 아닌지 작위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보는 시각도 많은 것 같다. 실제 에일라가 겪는 일들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자아를 펼쳐 나가는 과정이고 그 와중에 많은 모진 시련들을 겪는다. 여성 작가답게 시련을 겪는 에일라의 심정은 매우 절절하게 묘사되었으며 여자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남자 입장에서도 쉽게 공감할 수가 있으니, 그런 평가들도 충분히 타당한 것 같다.
우리 애가 중학생쯤 되면 일독을 권해볼 만한 책이다. 물론 아이가 지금처럼 만화책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글줄에 파묻혀 그 묘미를 느낄 수 있게 될 경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