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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이제 겨우 서른 가까이 접어든 나는 이미 겁을 잔뜩 먹어버렸는데, 모모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고 앞으로의 내 삶을 두렵고 무기력하기보다 더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아직 아흔인데 이쯤이야, 라고 말하는 할머니. 너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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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15년 많은 이들을 위로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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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소울푸드 -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소울 시리즈 Soul Series 1
성석제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먹으며 육체의 안녕은 매일 돌보면서, 정작 영혼의 허기는 채우고 있는가?라고 하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예상하며 책을 펼쳤지만 길어야 몇 장, 짤막짤막한 추억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글이라는 것에 초반부터 조금은 김이 빠졌음을 고백한다.

 

국내 작가 21인의 음식에 얽힌 추억담과 담백한 일러스트가 어우러진 책을 읽으면서 중점을 두었던 것은 과연 소울푸드가 무엇이냐는 것과 누구나 소울푸드를 가지고 있다면 내 소울푸드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는 이 시점에서도 나는 내가 소울푸드를 찾은 건지 모르겠다. 소울푸드가 그저 단순히 좋아하는 음식을 뜻하는 게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아직 삶의 허기를 진정으로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22년 살아오면서 무언가 있었겠지, 하며 오기부리듯 생각하다 보니 하나 떠오르는 게 있기는 하다. 책의 구성이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담아놓은 만큼, 리뷰도 그에 맞게 내 이야기를 조금 넣어도 괜찮을 것 같다.

 

하나뿐인 딸이라고 부족한 것 없이 키우려는 부모님 덕분에 살면서 허기라곤 내 고집부리면서 한두 끼 굶어본 게 다인 22년 인생에 영혼이 허기질 만큼 뭐 그리 고단한 일이 있었을까. 하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단할 때 특히생각나고 땡기는 음식이 하나 있긴 하다. 순두부가 갈색의 대양 위에 섬처럼 둥둥 떠있는 엄마의 된장찌개. 대부분 순두부는 순두부찌개에나 넣어먹는 줄 알고 된장찌개에 넣는다고 하면 눈썹을 불쑥 올리며 잉? 하지만 우리 집에선 두부가 들어가는 모든 국과 찌개에 순두부를 넣는다. 글로 설명하면 잘 이해 못할 이유이긴 하지만, 일반 찌개용 두부에 상처가(흠집? 아무튼 매끈하지 않은 모든 상태를 말한다.)나면 그 틈새로 국물이 스미는데 그 모습이 꼭 칼집 난 피부에 피가 나는 것 같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상처 난 찌개용 두부를 보면 숟가락으로 꾹꾹 짓눌러 으깨버리는데, 이미 입맛은 싹 달아나 버려서 두부만 열심히 으깨놓고 슬며시 숟가락을 내려놓는다.이렇게 말하면 누구나 나를 외계인 보듯 쳐다보는데 이유야 어쨌든 순두부는 어떤 찌개, 국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그렇다고 내 소울푸드가 순두부라는 건 아니고, 순두부가 들어간엄마의 된장찌개라는 걸 강조하려다 보니 순두부 얘기가 길어졌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프면 가릴 것 없이 다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엄마의 된장찌개가 특히먹고 싶다. 초등학생 때는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중고등학생 때는 꼭 하루 이틀씩 자고 오는 극기훈련이나 수학여행을 갈 때면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엄마에게 미리 문자를 보냈다. [엄마 나 뱃가죽이 등가죽이 됐어. 된장찌개 먹고 싶어!!!] 그러면 엄마는 꼭 몇 분이 걸리는 지를 묻고 내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손만 씻고 먹을 수 있게끔 준비하시곤 했다. 이유식을 할 때부터 엄마는 된장국을 짜지 않게 삼삼하게 끓여서 밥에 부드럽게 말아주셨다고 하니, 내가 허구한날 된장찌개만 찾는 된장녀가 된 것은 어쩌면 예상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육체적으로 배가 고플 때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고된 하루를 보낸 날도 나는 꼭 된장찌개를 찾는다. 대학교를 서울로 다니면서 처음 2년간은 왕복 4시간 통학을 했는데 육체적인 피로도 피로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집을 나서는 것도 그렇지만 피로에 찌든 몸을 이끌고 저녁 9시나 되어서 집에 돌아와 공부를 하려고 책을 펼치면 책상 앞에서 삼십 분은 울기만 했다. 공부해야 할 건 산더미인데 몸은 너무 힘들고, 미리 짜둔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독한년 소리 들어가며 공부하던 나에게 그보다 더한 스트레스가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침대로 기어들어가 잠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된장찌개 자체가 내게 스트레스 해소가 된 것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라 그 2년 동안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된장찌개를 먹었다. 같이 먹는 가족들은 좀 괴로웠을지 모르겠지만, 된장찌개가 아니면 밥 먹을 기운도 내지 못했다. 이상할 정도로 된장찌개에 집착했던 것을 보면 내 소울푸드는 정말 된장찌개인 걸까?

 

어쩔 수 없이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때문에 중요한 시험이나 긴장된 자리를 앞에 두고는 꼭 장 트러블이 일어나는 데, 그럴 때 내 장을 평온한 바다처럼 만들 수 있는 건 오직 된장뿐이었다. 장 트러블을 겁내는 마음에 더욱 된장을 찾게 되다 보니 혀의 미각세포가 된장화 된 것일까. .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나에게 소울푸드란 힘들고 지칠 때 나에게 평온을 되찾아주는 음식이 되겠다. 내가 나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불안한 때에도 나는 된장찌개를 좋아한다.”로 나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지 않게 하는, 영혼에 안정을 주는 음식 말이다.

 

책의 특성상 내 이야기를 주로 적었지만 책에 대한 평을 조금 덧붙이자면, 같은 주제로(어쩌면 식상한 주제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한데 묶다 보니 비슷비슷한 내용의 나열이 될 수밖에 없어서 한 번에 쭉 읽기는 지치는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리고 <혀가 부풀고 어금니가 마비되도록 맛깔난 음식 이야기. 침이 한 가득, 추억이 가슴 가득 고인다!>라는 야심찬 문구와는 달리 음식에 대한 에세이치고 맛있다!’는 느낌은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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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황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칼과 황홀 -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 맛있다!

, 재밌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지만 진짜 맛있고’, ‘진짜 재밌는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음식을 다룬 책을 볼 때면 이건 안전빵인가 아니면 본전도 못 찾을 주제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칼콰 황홀>은 첫 장부터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한 글자 한글자가 보여주는 음식의 황홀함에 빠져버렸다. 카페에 앉아 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노오란 표지에 마음이 동한 친구가 제목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 하며 물어왔다. “칼과 황홀? 이건 무슨 책이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짜 맛있고 재밌는 책.”

 

그저 음식에 대해서만 다룬 책이었다면 뭐 거창하게 황홀까지야…’했을 테지만 이 책은 음식 이름의 유래부터 그 음식을 먹었던 장소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와 재료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꼬리 물 듯 이어지는 작가의 개인적이고 소소한 추억담까지 맛있게 버무려진 책이다. 읽다 보면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고 개인적인 추억담부터 여행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무척 유쾌하다. 무엇보다도 글에 작가의 연륜과 내공이 묻어나서 활자를 읽기보다는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께 청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건 작가와 독자의 소통의 면에서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읽는 동안 독자인 내가 이야기 속에 끼어들지 못해 답답하기 보다는 청자로서 책 속에 스미는 기분이었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마지막까지 인상 깊게 남는 건 초반에 나오는 어머니의 김치볶음밥에 대한 이야기다. 완고한 채식주의자인 성장기의 아들에게 꼭 필요한 지방과 단백질을 먹이려고 은근하게 손바닥 위에 아들을 올려놓고 수를 쓰신 어머니와 이제서야 발을 동동 구르며 채식을 외치던 곳이 어머니의 손바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아들이 털어놓는 이야기가 그 어떤 멋진 장소의 맛있는 음식 이야기보다도 정겹고 맛있으며 재미있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무엇을 먹고 마신다는 것은 생의 축복이다라고 쓰여있다. 맞다. 하루 세 번, 혹은 그 이상 본능적인 욕구에 따라 습관처럼 먹고 마시지만 그저 씹고 삼키는 반복적인 행위로 여길 수 없는 축복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황홀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행위 중 하나인 것도 분명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꼭 비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작가의 말처럼 하루 세 번씩 여행을 하며 씹고 삼키는 행위를 통해 황홀경을 경험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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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프로작 네이션 

우울증은 정신의 암이다. 넘쳐흐르는 모성애로 아이를 보듬어야 할 엄마를 제 아이를 목 졸라 죽이는 끔찍한 여자로 만들기도 하고, 그 자체만으로 반짝반짝 빛이 나야 할 청소년들을 침묵 속으로, 그리고 종내는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육체의 암은 정신의 힘으로 이겨내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정신의 암은 스스로가 아니면 그 어떤 것으로도 극복할 수 없다. 이 책은 그저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한 긍정적 마인드를 독려하는 글이 아니라, 우울증을 뼛속깊이 겪어낸 한 여자의 심리기록이다.  

고통과 절망만 담은 글일까 염려되기도 하지만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건, 그녀가 결국은 어둠의 시간을 보내고 빛으로 나와 이 책을 써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프로작 네이션>은 우울증을 겪고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2. 나이듦의 미학을 위하여 

요즘같은 시대에는 무척 기묘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사실 aging 예찬론자다.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자연스럽고 고운 주름을 가진 할머니 되기'일 정도로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 아마도 흰머리가 나도 염색 한 번 하지 않는 엄마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다. (여담이지만 지금 엄마의 목표는 하루빨리 백발이 되는 것이다. 백발이 너무 멋있으시단다.) 바로 어제인가, 어떤 연예인이 23살 어린 여자와 결혼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마 안티에이징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리라.  

하지만 안티 에이징을 하기엔 에이징에 따르는 장점이 젊음보다도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내가 늙고싶어서 안달 난 20대는 아니다. 난 그저 20대를 누려봤으면 당연히 30대, 40대, 70대도 때에 알맞게 누려보고 싶은 것이다. 30대는 20대를 부러워하고, 40대는 30대를 부러워하지만 그들에게도 분명 똑같이 20대의 10년이 있었다. 그것으론 만족할 수 없는 걸까?  

정신과 육체는 서로 반비례인 것 같다. 육체가 아름다울 땐(상대적인 표현이다. 난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정신이 성숙하지 못하고, 반대로 육체가 쇠락할 땐 정신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3. 도둑맞은 인생 

아, 이 책은 정말 신간도서에 뽑히지 않더라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픈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원서로 먼저 읽으면서 몸서리를 치고 눈물을 흘리고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먹먹한 여운을 지우지 못했다. 한 소녀가 인생을 통째로 도둑맞고, 이미 너무나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삶을 돌려받는, 소설이라면 어쨌든 해피엔딩이라며 마음 놓을 수 있겠지만 차가운 현실이기에 결코 해피엔딩일 수만은 없는, 그런 이야기다.   

단순히 감동실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마음이 아프지만, 당당히 가해자에게 빼앗긴 인생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이시 자체가 그 어떤 해피엔딩보다도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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