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소울푸드
당신의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
음식, 요리를 소재로 한 영화와 글을 좋아합니다. 스토리가 아무리 터무니없고 생뚱맞더라도 "하지만 음식 보는 재미는 있더라,"라는 말이 들리면 상영이 끝난 영화라도 어떻게든 찾아서 꼭 보고말지요. 요리를 하는 과정 자체를 보는 것도 즐기고, 음식에 얽힌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워요. 사실 요리라곤 라면도 제대로 물 맞춰 끓일 줄 모르면서... 아마 잘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망하는 마음에 더욱 찾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특별한 기억들은 음식과 함께 기억되는 것 같아요. 아니면 음식이 함께하기 때문에 기억이 특별해지는 걸까요? 이 책에서는 21인의 작가가(작가가 이렇게나 많은 만큼 책의 두께도 어마어마할까요? 서점에 가서 확인해봐야 겠어요)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맛"을 이야기합니다. 소울푸드라는 건 말 그대로 '영혼의 음식', 떠올리는 것 자체로 위로가 되고 마치 그 음식을 먹은 양 힘을 북돋워주는 푸드예요. 뭔가 되게 거창한 음식(이름도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운!)일 것만 같지만, 소울푸드는 듣는 사람의 기대와는 달리 소박한 것들이 대부분이네요. 된장찌개라든지 카레, 수제비같은...지금 당장이라도 냉장고를 탈탈 털어서 만들 수 있는 것들말이죠. 그래서 더욱 특별한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특별한 것보다는 남에게는 별 감흥없는 음식이지만 나에게는 떠올리는 것 자체로 힘을 주는 소울푸드. 이 책을 읽으면서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추고 나의 소울푸드를 떠올리며 그 따뜻함을 느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2. 어쨌든, 잇태리
그러나, 그래서, 그러므로, 이탈리아는 가볼 만한 나라다.
책 소개를 읽다가 목차의 한 줄을 보고는 마시던 물을 푸학 하고 모니터에 뿌릴만큼 웃어버렸습니다. 키보드에 물이 스몄는지 'ㄱ'자가 두 번씩은 눌러야 겨우 입력되네요. 네 손님! 주문하신 ‘포르노’ 나왔습니닷 이 한 줄로 주목신간을 결정했습니다. 얼마나 유쾌하고 맛있는 글일까, 소개글을 읽으면서 내내 설레었거든요. 그렇다고 이태리 음식을 특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제목에서도 엿볼수 있듯이, 이태리의 음식과 생활을 함께 엮은 글입니다. 여행에세이에는 물론 음식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것이지만, 요리사가 쓴 음식과 이탈리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저 이 레스토랑은 뭐가 맛있고, 분위기가 어떻고, 하는 식상함은 없을 것 같아요. 특히 전, '포르노'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 이야기가 무척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라면 주문하기도 좀 꺼릴듯한 이름인데, 이탈리아에서는 워낙 이름들이 길고 독특하니 뜻알 알아도 아무렇지 않은 걸까요? 목차의 제목부터 유쾌한 향기가 맛있게 폴폴 풍기는 책을 읽다보면 반쯤 읽다가 북마크를 꽂아 옆구리에 끼고 파스타라도 사먹으러 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여행자들이 온갖 불편한 점을 다 늘어놓고서도 그러나, 그래서, 그러므로, 어쨌든, 이태리!라고 말하는 나라의 맛있는 이야기.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이 계절에 딱 맞는 글인 것 같아요.
3. 칼과 황홀
세 번의 끼니, 하루 세 번의 여행.
가을이라 그런가, 신간도서를 둘러보는데 유난히 음식이야기가 많습니다. 가을에 특히 입맛이 당긴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런 맛있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니 입맛이 당기지 않고는 못 배기겠네요. <어쨌든, 잇태리!>와는 또 다른 식으로 아주 유쾌한 음식 이야기를 담고있는 책인 것 같아요. 담백하면서도 잘 우러난 국물처럼 진하고, 대-충 끓인 것 같은데 땀 뻘뻘 흘리며 세 젓가락에 다 먹을만큼 맛있는 진정한 고수의 라면같은, 음식과 이야기를 잘 섞은 글이 기대됩니다.
사람과 하루에 세 번, 혹은 그 이상을 꼬박꼬박 함께하는 음식.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와 글이 유독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