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프로작 네이션
우울증은 정신의 암이다. 넘쳐흐르는 모성애로 아이를 보듬어야 할 엄마를 제 아이를 목 졸라 죽이는 끔찍한 여자로 만들기도 하고, 그 자체만으로 반짝반짝 빛이 나야 할 청소년들을 침묵 속으로, 그리고 종내는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육체의 암은 정신의 힘으로 이겨내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정신의 암은 스스로가 아니면 그 어떤 것으로도 극복할 수 없다. 이 책은 그저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한 긍정적 마인드를 독려하는 글이 아니라, 우울증을 뼛속깊이 겪어낸 한 여자의 심리기록이다.
고통과 절망만 담은 글일까 염려되기도 하지만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건, 그녀가 결국은 어둠의 시간을 보내고 빛으로 나와 이 책을 써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프로작 네이션>은 우울증을 겪고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2. 나이듦의 미학을 위하여
요즘같은 시대에는 무척 기묘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사실 aging 예찬론자다.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자연스럽고 고운 주름을 가진 할머니 되기'일 정도로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 아마도 흰머리가 나도 염색 한 번 하지 않는 엄마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다. (여담이지만 지금 엄마의 목표는 하루빨리 백발이 되는 것이다. 백발이 너무 멋있으시단다.) 바로 어제인가, 어떤 연예인이 23살 어린 여자와 결혼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마 안티에이징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리라.
하지만 안티 에이징을 하기엔 에이징에 따르는 장점이 젊음보다도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내가 늙고싶어서 안달 난 20대는 아니다. 난 그저 20대를 누려봤으면 당연히 30대, 40대, 70대도 때에 알맞게 누려보고 싶은 것이다. 30대는 20대를 부러워하고, 40대는 30대를 부러워하지만 그들에게도 분명 똑같이 20대의 10년이 있었다. 그것으론 만족할 수 없는 걸까?
정신과 육체는 서로 반비례인 것 같다. 육체가 아름다울 땐(상대적인 표현이다. 난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정신이 성숙하지 못하고, 반대로 육체가 쇠락할 땐 정신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3. 도둑맞은 인생
아, 이 책은 정말 신간도서에 뽑히지 않더라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픈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원서로 먼저 읽으면서 몸서리를 치고 눈물을 흘리고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먹먹한 여운을 지우지 못했다. 한 소녀가 인생을 통째로 도둑맞고, 이미 너무나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삶을 돌려받는, 소설이라면 어쨌든 해피엔딩이라며 마음 놓을 수 있겠지만 차가운 현실이기에 결코 해피엔딩일 수만은 없는, 그런 이야기다.
단순히 감동실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마음이 아프지만, 당당히 가해자에게 빼앗긴 인생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이시 자체가 그 어떤 해피엔딩보다도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