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해를 내려가면서 직장동생이 한 컷 찍어냈다. 참 잘 찍었다, 나도 디카나 장만해볼까..
오늘 처음으로 부모님이 개업하신 세탁소에 가보았다.
우선은 가겠다는 말을 미루고 무작정 지나가면서 힐끔 쳐다보았다.
아빠와 엄마가 전 주인의 도움을 받아가며 잊어버렸던 옛 감각을 익히는 듯 보였다.
불과 7~8년 전 만해도 세탁소를 운영하신 경험을 갖고 계시기에 쉽사리 운영하시기엔 지금으로선
벅차보였다. 한편으로는 한쪽 가슴이 많이 아파왔다.
2년여 동안 우리 가족은 조용한 듯 풍파가 밀려왔던 것 같다.
부모님은 전국적으로 맛있다는 맛집을 순회하면서 숙식을 하면서까지 비법을 전수받고, 창업을 할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것 같다. 물론 성사되지는 않았다. 두 분 모두 조바심이 나셨고, 연세도 이미 있으신지라 쉽사리
어떤 창업에 대해 확실한 결단이 없으셨다. 일명 쪽박을 차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봐왔기에,,,
어쨌든 이렇게 무사히 세탁소를 넘겨받았고 거금을 조달해가면서 무리하게 일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인간인지라 왠지 슬픔이 밀려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다시 세탁소로 가봐야겠다 싶어서 방향을
돌려보니 아빠가 슈퍼안에서 무언가를 사고 계셨다. 문앞에 계속 아빠를 기다렸고, 밖에서 나오신 아빠는
나를 보니 흠찟 놀라신 듯 싶다. 어쩐지 수척해보이는 몸,,,
거스름돈을 쥔 손을 내게 내밀면서 뭐라도 먹으라고, 마시고 싶은거 없냐고 물어보신다.
없다고 얘기하고, 집열쇠를 받아가야 할 상황이라 열쇠만 달라고 했다.
열쇠가 아마 가게에 있는 모양이었다. 가게에 갔다오겠다며 기다린다 한다.
묵묵히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아빠가 오시면서 열쇠꾸러미에 집 열쇠만 따로 꺼내려 하신다.
손이 후들후들 떨리는게 느껴진다. 잘 안빠지는 모양이다. 또 한번 가슴이 아파왔다.
기여코 빼낸 열쇠때문에 열쇠고리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내가 웬수다..ㅡㅡㅋ)
아빠는 주머니에 돈꾸러미를 꺼내시더니 택시비 하라고 돈을 쥐어주려 하셨다.
미쳐 정리 못한 돈들이 손에 한뭉큼 나오는게 참으로 가슴이 미어지더라...
아침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이 밀려서 애써 벌은 돈을 어떻게 택시비로 쓰라는지,
아... 너무 울컥해서 돈있다고 열쇠만 달라고 하고 냉큼 돌아섰다.
한때는 아빠 돈이 한푼도 없으셨다. 그동안 가족을 힘들게 하고 철없다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로
다른사람에게 배신당하기도 하고, 단맛, 쓴맛 모두 맛본 분이시다.
아버지라는 이름하에 2년동안 일할 상황이 안되어 내게 가끔 용돈을 달라는 말씀도 하셨다.
딸애한테까지 돈을 달라고 하시는 분이 아니신데 그럴정도면 상황이 많이 악화되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 아버지를 봐왔기에, 지금의 모습을 보니 정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가면서도 약간의 먼 길을 감수하고,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아무렇지않게 1000원 2000원을 군것질에 허비하고, 때때로 무절제하게 쇼핑하는 내모습이 언뜻
눈에 비춰졌다. 정말 한심했다. 우리 부모님은 몇 천원을 벌기 위해, 한 분의 손님이라도 놓치기 아쉬어
새벽 3시까지 일을 하시는데, 나라는 아이는......
나라도 정말 정신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언제가는 꼭 알아드리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내가 살아있는 한, 부모님께 잘해드려야겠다. 투정을 부리기전에 한번 더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변화된 나를
보여드려야겠다.
"아빠, 벚꽃처럼 이젠 활짝 피셔야 되요! 벚꽃은 철지나면 지고 말지만, 아빠는 언제까지나 활짝 필 수 있는
모습으로 남아주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