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책을 펼쳐 봐 비룡소의 그림동화 230
제시 클라우스마이어 글, 이수지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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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주기 전에 포장을 한다. 일단 물건을 투명한 비닐 봉투에 싸고, 그걸 불투명한 예쁜 종이 봉투에 넣고, 예쁜 상자에 스타핑을 깔고 넣어 준 후에 상자 뚜껑을 닫아 리본을 달아주고, 비닐봉지에 한 번 더 싸주고, 예쁜 종이 가방에 담자. 뭔가 많이 복잡하다고? 상자 안에 상자, 그 안에 또 상자가 들어있는 이런 선물 상자 나름 로망이 아니었나? 상자가 얼마나 비싼데!

 



 

 




『이 작은 책을 펼쳐봐』는 상자 속 상자 같은 동화책이다. 

 

글작가는 제시 클라우스 마이어. 이 책이 첫 책이라고. 그림작가는 이수지. 한국과 영국에서 회화와 북아트를 공부하고 그림책을 여러권 펴냈다는데, 꽤나 상을 많이 받았다. 당연히 외국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 한 명이 한국인이니까 신기하다. 

 




 

 




책을 펼치면 조금 작은 크기의 그럴듯한 책이 나온다. 책 표지같은 느낌. '그럼 제일 앞의 표지는 뭐지?'싶다.  


 

 




펼치면 또 다른 책이 나온다. 무당벌레 무늬를 한 이 책은 무당벌레의 이야기이다. 



빨간 표지의 책을 펼치면, 무당벌레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데 그 무당벌레는 조그만 초록 그림책을 읽는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안에도 다른 책이 있다. 책 속의 책, 책 속의 책. 또 책 안의 책. 




 

 




무당벌레는 개구리 이야기를 읽고, 개구리는 토끼 이야기를 읽고, 토끼는....?

 

읽고 읽고 또 읽는 연쇄 속에서 나 또한 그 연결고리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하여 이 동화책은 8권의 책이 된다.

 

근데 멍하니 책장을 넘기고 있자니 혼란이 온다. 너의 이야기를 읽고 너는 다른 아이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고 읽고... 잠깐, 내가 지금 뭘 읽고 있었지? 나는 어디 있지? 개구리가 읽고 있는 이 책이 뭐라고? 이 파란 책 밖에 거인이 있는 거야 아니면....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야 너, 책 속의 책 장난으로 나를 놀리려 한 거라면 완벽히 성공했어!





 

 

이야기를 끝내면, 또 다른 그림책을 펼치라고 한다.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다. 책을 가지고 놀려고 한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주기 위한 동화책이랄까. 책 안에 있는 작은 세상들이 서로 연계하고, 독자를 그 속에 포함시킨다. 복잡하게 생각하려고 들다보니 혼란이 오기도 하지만, 단순히 읽고 읽고 읽는 상황을 재미로만 받아들인다면 꽤 흥미로운 연출이다. 특히 마지막 주자는 예상 밖이라서 신선하기까지 했다. 

 

이 그림책을 접할 아이들이 책 속 세상에 푹 빠져 다른 동화책들을 읽게 된다면, 그 책들들이 어떻게 서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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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접시
다쿠미 츠카사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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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꿈을 향해 간다는 건 어렵다. 꿈이 뭔지 찾는 것도 어렵고, 그걸 위해 노력한다는 것도 어렵고, 그걸 이루는 건 더 어렵다. 취업을 목전에 둔 이 상태에서 나는 이제까지 바라왔던 그 꿈이 진짜인지 의심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고민하고, 안 될 거라고 절망한다. 종국에는 결국 백수든 뭐든 어느 길을 걸어가겠지만 그게 내가 바라던 그 길일까. 

 




요리사의 이야기

 

북폴리오에서 계속 요리에 관한 책을 내고 있다. 내가 읽어본 건 오가와 이토의 『따뜻함을 드세요』와 하시모토 쓰무구의 『오늘의 요리』, 그리고 다쿠미 츠카사의 『무지개 접시』. 세 소설은 모두 요리라는 공통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또한 다르다. 『따뜻함을 드세요』리가 미식가의 이야기였다면, 『오늘의 요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무지개 접시』는 요리사의 이야기다. 

 

작가인 다쿠미 츠카사가 요리사 출신이었기 때문인지 히로가 요리사가 되기로 마음 먹은 순간부터 본격적인 요리사의 길을 걷는 이야기가 꽤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조리학원에서 구직까지. 그리고 들어간 일류 레스토랑의 분위기 또한 말이다. 처음 접하는 요리사 세계는 생소했다. 주인공인 히로 또한 시작할 때는 나만큼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였다.


발단은 <그릇에 담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혼마의 말이었다. 그때까지 요리라고 하면 어머니 야스코의 요리였고, 부 활동 후에 먹는 패스트푸드였으며, 그 음식들에서 식욕 이외의 것을 느낀 적이 없던 히로에게 그 말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_14쪽







꿈을 향해서


무지개 접시는 요리사의 꿈을 가진 청년을 주인공으로 그가 꿈을 향해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요리를 통한 꿈의 실현. 여기서 요리는 일상도 관계도 아닌 목표 그 자체가 된다. 히로가 걸어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이전에 제대로 요리해본 적도 없으면서 단순히 한 일류 요리사의 말 한 마디에 감동 받아 충동적으로 걷기 시작한 길이지만 꽤 진지하다. 꿈을 좇는 많은 청년들이 그렇듯이 의심하고 회의하고 후회하며 동시에 노력한다. 연애 감정도 끼어들고,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무지개에, 아직 흐릿하기만 한 미래를 상상했다.

거기에 자신의 빛깔이 있을가. 눈부신 빛이 반짝이고 있을까. 나시모토 교수의 말이 귓가에 남아서인지, 그런 분에 맞지 않는 생각에 잠겼다._46쪽



히로는 꿈을 위해서 박봉을 감내하고 휴일도 없는 생활을 견디기를 선택한다. 소설에서 그것만이 절대적인 길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친구들은 자신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맞는 다른 길을 걸어간다. 좀 더 많은 돈을 받고 놀 시간을 챙기는 쪽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 히로는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길을 택한 것도 같다. 그래서 솔직히 히로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부럽다. 그만큼 확고한 꿈이 있다는 것이 말이다. 근데 얘는 솔직히 운도 따라주는 듯.



꿈을 이룬다는 것은 단기간에 불가능 한 것이고 인생 전체에 걸쳐 천천히 다가가야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히로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노력한다. 나는 어떨까. 어떻게 될까. 내 길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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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ville (Hardcover)
Anouck Boisrobert / Roaring Brook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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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가 도시가 되는 마법의 팝업북 『Popville』입니다.



책 판형이 길쭉한 것이 특이합니다. 

작가인 Anouck Boisrobert와 Louis Rigaud는 프랑스인입니다. 이 작가들의 팝업북은 상당히 깔끔하고 귀여우면서도 센스가 넘칩니다. 이들이 만든 다른 팝업북, 『Wake up, Sloth!』도 보면 감탄하게 되거든요! 

Wake up, Sloth! : http://blog.yes24.com/document/6940287



도로도 제대로 나지 않은 벌판에 집 한 채가 있습니다. 농장? 교회?  



그런데 근처에 집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공장이 들어오고, 갈 수록 많은 집들이 생겨납니다. 




도로가 늘어난 마을에, 역이 들어왔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것인가 봅니다. 




도시가 되었습니다. 기차역도 더 생기고 공장도 늘어나고, 차도 많이 다니네요. 




이 팝업북은 기술이나 일러스트만으로 보면 움직이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합니다. 그런데 팝업으로 보여주는 이야기 과정과 그 과정을 만드는 작가들의 센스가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이게 바로 작가, 디자이너 아닐까 싶어요. 단순함의 미학이라고나 할까요? 많은 기술들을 이용해 화려하고 현란한 사부다의 팝업북보다 popville가 더 매력적인 건 아이디어가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서사가 진행된다는 것. 그게 매력적이에요. 


이들의 팝업북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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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권남희 외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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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리를 잘 하지 않는다. 요리는 인내와 준비성과 정성이 필요한 것이기에 게으른 나에게는 더없이 귀찮은 일이다. 자취생용 야매요리 정도는 해먹을 법도 하지만 아주 간단한 레시피조차(예를 들면 라면 끓이기) 귀찮은 것을. 그럼에도 가끔 먹고 싶은 게 생기고, 없는 재료를 가지고 비슷하게 흉내내려는 시도를 하게 될 때가 있다. 맛은 장담 못함.

 

 





 

한 상 위의 반찬들

 

하시모토 쓰무구의 『오늘의 요리』는 그런 느낌이다. 레스토랑에서 시켜먹는 거창한 요리가 아니라 집에서 뚝딱 만드는 간단한 요깃거리.  그럼에도 만든 사람의 손길이 들어갔기에 다소 밋밋하지만 맛있게 느껴지는 그런 음식. 23편의 짧은 단편은 단편이라기에도 짧은 이야기들이다. 서사보다는 상황의 연속. 삶의 단면들을 포착하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23편의 이야기가 차례대로 나오는 코스 요리가 아니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의 삶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모습이라,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한 상 위의 반찬들 같달까. 누군가는 나물이고 누군가는 찌개겠지만.

 

 

 

 

사람들의 이야기

 

사실 이 소설들에서 음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딱 그만큼. 그 이상의 의미를 굳이 집어넣지 않는다. 오버하지 않고 요리를 해나간다. 이게 요리 이야기인지 단순히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옮겨 적은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결국 삶의 이야기이다. 굉장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행동을 하는 사람도, 이별로 슬퍼하는 사람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도, 다 그냥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처럼. 문화적 차이, 주인공들과의 세대 차이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생각보다 훨씬 적었지만. 작가 본인의 경험이 꽤 많이 들어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누군가하고 같이 먹으니 더 맛있네."

"응, 맛있네."

"집에서 먹으니 한결 더 맛있어."

"그러네."

집, 이라고 아츠시는 말했다. 이 집을 말이다. 왠지 기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_70쪽

 

 

오늘의 요리는 결국 평범한 이야기들의 모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오늘 과제 안 하고 게임으로 하루를 보내고 내일 영어 단어 테스트를 망친 후에 편의점에서 사먹는 빵 하나도 이 책에 실릴 수 있을 것처럼. 그런 평범한  일상의 스냅샷 모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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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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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이야기를 좋아한다. 논리가 뒤죽박죽이 되고, 사건이 꼬이고, 원인과 결과가 바뀌는 그 상황. 시간이라는 절대적 힘을 거스르기 위해 노력하고, 시도하다가, 좌절하는 것도 좋아한다. 소망이 이루어지고 깨지며, 세계를 바꾸고, 돌아오고. 과거와 미래가 서로 작용하며 현재를 뒤바꾸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작가가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어떤 방식으로 설정을 해놓았는지 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러니까 나는 스티븐 킹의 신작 『11/22/63』도 어떻게 과거가 주인공을 절망에 빠트릴지 궁금했다. 과거는 고집이 세니까. 

 

 






 

토끼굴 너머 세상

 

조지... 아니, 제이크는 사람 잘못 사귄 탓에 토끼굴로 들어가게 된다. 토끼굴이란 일종의 웜홀로 시간과 시간을 잇는 통로. 토끼굴을 지나가면 항상 1958년 9월 9일 오전 11시 58분의 세계가 나타난다. 일종의 시간 여행인 셈. 과거를 바꾸고 현실로 돌아오면, 현실은 바뀌어 있다. 그러나 토끼굴로 다시 들어가면 다시 1958년 9월 9일이 나타나고, 이전에 바꾸었던 과거는 리셋된다. 그리고 제이크는 과거를 바꾸어 보기로 한다. 63년 11월 22일의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막기로 한 것이다.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었다. 메인 주하고 도 앤드로스코긴 군 한복판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리스본 폴스.

문제는 지금이 몇 년도인가 하는 것이었다. _1권 53쪽

 

 


과거를 바꾸자

 

그리고 여기서 시간여행의 재미있는 부분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고집 센 과거의 방해와 화음의 연출. 역사가 반복되듯이, 제이크를 둘러싼 상황도 반복되고 소소하게 변주된다. 나비효과라고 할 수 있고, 타임 패러독스라고 해도 될까. 60년대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제이크가 자신의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해 갈 때마다 과연 이것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궁금해진다. 책을 펼쳤을 때부터 사소한 변화 하나가 눈덩이처럼 커져 현실로 돌아갔을 때 제이크를 덮치는 장면을 떨리는 계속 기대한 내 성격은 좀 나쁜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다들 궁금하지 않을까? 현재는 그럼 어떻게 변할까? 좋게? 나쁘게? 제이크의 의도대로 진짜로 세상이 좋게 바뀔까? 그 전에 제이크가 과거의 방해를 이겨내고 과거를 바꿀 수는 있으려나?

 

 


 

 

여정의 끝

 

제이크의 여정은 시간의 추적을 피해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과, 그 사명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나뉘는 듯 하다.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는 개인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 두 길이 겹칠 때 만들어진 결말은 참 멋있었다. 어쩌면 빤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고, 그걸 그렇게 낭만적인 결말으로 변환하는 솜씨가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낭만적인 결말이라 확 미리니름 하고 싶은 충동까지 인다. 

 

"손을 잡으세요, 새디 선생님!" 바비 질이 외쳤다. "어서요!"

다른 사람들까지 옆에서 거들었다. 

"잡아라! 잡아라! 잡아라!"

결국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우리는 춤을 추었다._2권 270쪽

 

 

 

과거는 고집이 세다. 고집 센 과거를 바꾸려 들면, 세상은 언제나 따끔하게 혼을 내려 들겠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과거를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 할 것같다. What if. 만약이라는 말만큼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도 없으니까. 만약. 만약. 만약 토끼굴이 내 앞에 있다면 나는.... 

 

 

그렇기는 했지만, 나는 고전에 속하는 진부한 패러독스가 하나 생각나서 끄집어냈다.

"네.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서 자기 할아버지를 죽이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당황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 하러 그런 짓을 저지르겠나?"_1권 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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