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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 기억력 - 자기 자신마저 속이는 기억의 착각
줄리아 쇼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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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과연 진실일까? 읽을수록 나에 대한 확신이 사라진다.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연약한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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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수집 - 디자인 놀이터 런던에서 수집한 27가지 디자인 이야기
이은이.김철환 지음 / 세미콜론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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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감탄했던 것 중 하나는 상점들의 디스플레이였다. 옥스포드 스트리트와 백화점의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중고 물건을 파는 채러티샵들조차 윈도우 디스플레이가 깔끔하고 세련됐다. 정말로 중고물건들이 맞나 싶을 만큼. 그 뿐이겠는가. 그냥 템즈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스카이라인이 참 예쁘구나 싶고 미술관은 물론이고 거리에도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예술의 도시.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몰려온다는 이야기가 맞는 것같다. 런던은 디자인의 도시이다. 

 

 

런던 속의 디자인

 

『런던 수집』은 런던 속의 27가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디자이너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디자인 회사를 이야기하기도 하며, 디자인 정책이나 가게를 소개하기도 한다. 디자인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들어와있고, 전혀 관계 없을 것도 같은 범위에도 디자인 요소가 있으니만큼 꽤나 폭넓은 범주에서 런던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디자인을 이야기하는데 왜 이 주제를 들고 왔을까? 전혀 디자인 같지 않은데.' 싶은 것들도 있지만 그렇게 이해를 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디자인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의도해서 만들어낸 것만이 디자인인 것만은 아닌가보다고. 

 

 

런던에 가고 싶다.

 

런던을 디자인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대략 1년 간 지냈던 이 도시에 대해 무지했다는 걸 깨닫는다. 무심히 지나치고 넘겼던 곳들에 이런 이야기가 숨어있었다는 걸 알게 되니 참을 수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날아가고 싶다. 단순히 꽃무늬는 취향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캐스 키드슨도 이렇게 다시 보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고 사람들 참 옷 이상하게 입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자유롭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키웠구나 싶다. 박물관에서는 봤지만 운행되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한 토머스 헤더윅의 2층 버스도 보고 싶다. 앞을 몇 번이나 지나쳤지만 들어갈 생각은 못했던 영국 왕립미술원도 가보고 싶다. 이 외에도 보고 싶어진 게 수없이 많다. 

 

여러방면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각 분야에 대한 설명이 그리 깊지는 못하다. 대체로 설명과 사실의 나열. 그렇지만 런던에 대해 알고 싶은 비전문가에게는 더 없이 가볍게 읽고 넘기기 좋은 글이다. 다양한 사진자료들과 설명이 어우러져 런던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준다. 

 

영원한 로망의 도시. 예술과 디자인의 도시 런던. 런던에 가고 싶다. 런던의 하나하나를 다시 수집해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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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을 펼쳐 봐 비룡소의 그림동화 230
제시 클라우스마이어 글, 이수지 그림, 이상희 옮김 / 비룡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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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주기 전에 포장을 한다. 일단 물건을 투명한 비닐 봉투에 싸고, 그걸 불투명한 예쁜 종이 봉투에 넣고, 예쁜 상자에 스타핑을 깔고 넣어 준 후에 상자 뚜껑을 닫아 리본을 달아주고, 비닐봉지에 한 번 더 싸주고, 예쁜 종이 가방에 담자. 뭔가 많이 복잡하다고? 상자 안에 상자, 그 안에 또 상자가 들어있는 이런 선물 상자 나름 로망이 아니었나? 상자가 얼마나 비싼데!

 



 

 




『이 작은 책을 펼쳐봐』는 상자 속 상자 같은 동화책이다. 

 

글작가는 제시 클라우스 마이어. 이 책이 첫 책이라고. 그림작가는 이수지. 한국과 영국에서 회화와 북아트를 공부하고 그림책을 여러권 펴냈다는데, 꽤나 상을 많이 받았다. 당연히 외국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 한 명이 한국인이니까 신기하다. 

 




 

 




책을 펼치면 조금 작은 크기의 그럴듯한 책이 나온다. 책 표지같은 느낌. '그럼 제일 앞의 표지는 뭐지?'싶다.  


 

 




펼치면 또 다른 책이 나온다. 무당벌레 무늬를 한 이 책은 무당벌레의 이야기이다. 



빨간 표지의 책을 펼치면, 무당벌레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데 그 무당벌레는 조그만 초록 그림책을 읽는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안에도 다른 책이 있다. 책 속의 책, 책 속의 책. 또 책 안의 책. 




 

 




무당벌레는 개구리 이야기를 읽고, 개구리는 토끼 이야기를 읽고, 토끼는....?

 

읽고 읽고 또 읽는 연쇄 속에서 나 또한 그 연결고리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하여 이 동화책은 8권의 책이 된다.

 

근데 멍하니 책장을 넘기고 있자니 혼란이 온다. 너의 이야기를 읽고 너는 다른 아이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고 읽고... 잠깐, 내가 지금 뭘 읽고 있었지? 나는 어디 있지? 개구리가 읽고 있는 이 책이 뭐라고? 이 파란 책 밖에 거인이 있는 거야 아니면....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야 너, 책 속의 책 장난으로 나를 놀리려 한 거라면 완벽히 성공했어!





 

 

이야기를 끝내면, 또 다른 그림책을 펼치라고 한다.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다. 책을 가지고 놀려고 한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주기 위한 동화책이랄까. 책 안에 있는 작은 세상들이 서로 연계하고, 독자를 그 속에 포함시킨다. 복잡하게 생각하려고 들다보니 혼란이 오기도 하지만, 단순히 읽고 읽고 읽는 상황을 재미로만 받아들인다면 꽤 흥미로운 연출이다. 특히 마지막 주자는 예상 밖이라서 신선하기까지 했다. 

 

이 그림책을 접할 아이들이 책 속 세상에 푹 빠져 다른 동화책들을 읽게 된다면, 그 책들들이 어떻게 서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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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과 사이코
스티븐 레벨로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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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관한 책을 영화를 보지도 않고 읽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서평은 책을 읽고 나서 봐야 가장 잘 이해가 가고, 영화 평론 또한 영화를 봤을 때 영화를 되새길 수 있다. 어떠한 컨텐츠에 관한 이야기는, 그 컨텐츠를 알고 나서야 수월히 이해가 가는 법이다. 그런데 나는 이번에 영화를 보지도 않고 영화에 관한 책을 보는 비효율적인 일을 저질러버렸다. 『히치콕과 사이코』 말이다.





앨프레드 히치콕


물론 앨프레드 히치콕은 알고 있다. 런던 마담 투소에서 밀랍인형과 함께 사진도 찍었고, 영화 관련 수업에서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이름이다. 작품도 제목도 많이 안다. <현기증>, <새>, <사이코>, <이창> 등등. 수업에서 발표를 한대서 수업 들어가기 전에 봐야겠다고 영화를 찾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히치콕의 영화를 보지 못했다. 왜? 무서우니까! 히치콕에 관해 들려오는 이야기는 이랬다. 수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카메라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고. 그리고 뭔가 굉장히 무섭고 소름끼치고, 섬뜩한 영화를 만든다고.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


그리고 히치콕 감독에 대한 소문의 중심에는 <사이코>가 있다. 『히치콕과 사이코』는 <사이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사이코가 어떻게 이 세상에 나오게 되는지 말이다. 실제 사건에서, 소설에서, 결국에는 히치콕의 영화가 되기까지. 굳이 사이코를 보지 않았는데도 즐거이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책에서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히치콕이 사이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조금은 독특했지만 다른 영화들과 그렇게 많이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그 실제 현장이 신기했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걸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이먼 앤드 슈스터와의 계약 조건에 영화화 판권을 팔 경우의 수익 비율이나 보너스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작가는 또 다른 소식에 충격을 받고 휘청거렸다. 블록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바로 그때, 『사이코』를 산 사람이 바로 앨프레드 히치콕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_45쪽"


히치콕이 <사이코>에 미친 영향보다 그 영화가 히치콕에게 미친 영향이 훨씬 더 컸습니다."_312쪽





영화 보고 읽기. 


난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고, 책에서도 차근차근 설명해줬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는 일은 없었다. 다만, 영화를 직접 봤다면 더 이해가 잘 갔겠구나 싶기는 했다. 히치콕의 다른 영화는 몰라도 최소한 사이코는 봤어야하는 거 아닐까 싶어 양심에 콕콕 찔려오는 느낌. 게다가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를 만드는 책을 통해 반전을 미리 알아버린 것이 함정. 내가 이제 와서 사이코를 본다고 해도 책을 읽기 전에 느낄 수 있었을 놀라움은 못 느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독자들은 히치콕을 좋아하거나, 최소한 사이코를 보고 책을 읽을 분들일 것일 테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하지만 만약, 정말 만약 나처럼 영화를 접하지 않고 책을 먼저 만나게 된 독자라면... 역시 영화를 먼저 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이미 반전을 알아버렸지만, 시간이 날 때 쯤에 영화를 보기는 해야할 것같다. 근데, 반전 알고 봐도 그렇게 섬뜩한가요?




히치콕이 검열관들을 달래기 위해 그 숏을 잘라 냈다고 시인하자 스테파노는 분노하며 이렇게 따졌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잘라냈다면, 그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자 엉덩이가 노출돼서 잘라냈다고요? 거기에 무슨 성적인 느낌이 있었던 것도 아니잖습니까!"_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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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1 - 드라마 대본집
박경수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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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관련 교양 수업을 들을 때, 희곡을 두 편 읽었다. 중간고사로 하나, 기말고사로 하나. 전자는 희곡은 정말 재미없고 어려운데 무대에 올라간 뮤지컬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후자는 희곡은 게눈 감추듯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는데 연극은 보고 있자니 잠이 올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공연하고 극본은 별개인가보다.' 


문자로 재현되는 이야기와 영상으로 재현되는 이야기는 분명 다른 점이 존재한다. 방식의 차이는 독자의 이해에 차이를 가져온다. 더구나 극본은 드라마, 혹은 공연이라는 최종 결과물을 위한 수단 아니겠는가. 그 때문에 아무리 이미지의 재현을 목적으로 쓰인 글이라고 해도 극본이 이미지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는 없고, 영상과 무대보다 감동과 재미가 덜 할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그 자체가 결과물인 소설보다는 당연히 덜 재미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렇다. 내가 이제까지 읽어본 희곡들은 그랬다. 공연보다 재미 없거나, 재미 없는 공연의 재료가 되거나, 어렵고 현학적이거나, 재미가 없거나. 




 



극본에 몰입하다


편견은 깨졌다. 박경수 작가의 『추적자』대본은 웬만한 소설보다, 드라마보다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드라마는 재미있는 극본에서 만들어졌다. 이야기의 서사가 재미있다면 그 서사를 스크린으로 옮기든 글로만 보든 그건 관계가 없었다. 쉼 없이 몰아치는 사건의 연속. 단순히 글로만 보는 것인데도 머릿속에서 영상이 펼쳐지고, 끊임없이 가슴을 졸였다. 어째서 사람들이 추적자라는 드라마를 그렇게 추천했는지 대본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순식간에 휘말려서 가슴 졸이며 읽었다. 영상도 음악도 묘사도 별로 없는, 그냥 대본인데. 왜 이렇게 흡입력 있는 걸까. 이걸 드라마를 보고 읽어야하나, 드라마를 보면서 읽어야하나, 드라마를 안 보고 읽어야하나 하는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드라마 시청은 '이게 재미 없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에서 나온 고민이었으니까. 추적자는 다른 장치 하나 없이 '이야기' 하나만으로 나를 매혹시켰다. 쉼 없이 몰아치는 사건 속에서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저의 꿈은 제대로 된 '극'을 하나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기승전결이 맞아떨어지고, 사건의 개연성에 하자가 없고, 인물의 감정선에도 흠결이 없으면서도, 쉼 없이 사건이 몰아치고, 극이 계속 진행되고, 갈등은 계속 증폭되면서 클라이맥스를 향해서 달려가는 100부작짜리 극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_1권 4쪽 작가 서문



이야기에 애가 타다


<추적자>라는 드라마를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다. 동생이 열심히 보는 동안 소리는 계속 들었고, 지나가며 장면 몇 개도 주워 보고, 대체 저게 뭐하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그 땐 이게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동생이 가끔 이야기해주는 걸로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딸이 죽어서 범인을 찾는다고? 그래서 뭐? 가수랑 정치인이랑 어떻게 엮이는 거야? 






고등학생 수영이의 죽음이 어떻게 정치적 상황과 엮이는지, 범인을 잡아내고 진실을 밝히려는 아버지 홍석의 노력이 어떻게 끊임없이 사건을 만들어가는지는 일단 보면 안다. 진실을 알리려는 홍석의 모습이 너무나 처절해 내가 뭐라고 묘사를 할 수가 없다. 다만 보는 동안 함께 달리고, 안타까워 할 뿐이다. 진실이란 무엇인지. 진실이 대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괴로워 해야하는지. 나는 아마 홍석같은 이들이 밝히고자 하는 진실을 절대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진실을 은폐하는 시도는 의외로 너무나 쉽다. 대의를 위해, 더 나은,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약자를 희생시키는 것도 너무나 쉽다. 그러나 한 소녀를 짓밟고 간 그 길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결국 나은 세상이 아닌 자신의 세상을 만들 뿐일 텐데. 


홍석 : 진짜 미안해야 될 놈들. 강동윤, 서지수, 장병호, 이런 살마들은 한 번도 미안하단 말 안 하는데…

정우 : …

홍석 : 어쩌면요. 우린 절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놈들하고 싸우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2권 169쪽



정말, 읽는 동안 애가 타서 죽는 줄 알았다. 글로 느껴지는 긴박감이 이렇게 강할 수도 있구나. 극본이라는 게 이렇게 흡입력 있는 거구나. 몇 번이나 눈물을 글썽이며 얻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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