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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권남희 외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난 요리를 잘 하지 않는다. 요리는 인내와 준비성과 정성이 필요한 것이기에 게으른 나에게는 더없이 귀찮은 일이다. 자취생용 야매요리 정도는 해먹을 법도 하지만 아주 간단한 레시피조차(예를 들면 라면 끓이기) 귀찮은 것을. 그럼에도 가끔 먹고 싶은 게 생기고, 없는 재료를 가지고 비슷하게 흉내내려는 시도를 하게 될 때가 있다. 맛은 장담 못함.
한 상 위의 반찬들
하시모토 쓰무구의 『오늘의 요리』는 그런 느낌이다. 레스토랑에서 시켜먹는 거창한 요리가 아니라 집에서 뚝딱 만드는 간단한 요깃거리. 그럼에도 만든 사람의 손길이 들어갔기에 다소 밋밋하지만 맛있게 느껴지는 그런 음식. 23편의 짧은 단편은 단편이라기에도 짧은 이야기들이다. 서사보다는 상황의 연속. 삶의 단면들을 포착하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23편의 이야기가 차례대로 나오는 코스 요리가 아니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의 삶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모습이라,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한 상 위의 반찬들 같달까. 누군가는 나물이고 누군가는 찌개겠지만.

사람들의 이야기
사실 이 소설들에서 음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딱 그만큼. 그 이상의 의미를 굳이 집어넣지 않는다. 오버하지 않고 요리를 해나간다. 이게 요리 이야기인지 단순히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옮겨 적은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결국 삶의 이야기이다. 굉장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행동을 하는 사람도, 이별로 슬퍼하는 사람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도, 다 그냥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처럼. 문화적 차이, 주인공들과의 세대 차이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생각보다 훨씬 적었지만. 작가 본인의 경험이 꽤 많이 들어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누군가하고 같이 먹으니 더 맛있네."
"응, 맛있네."
"집에서 먹으니 한결 더 맛있어."
"그러네."
집, 이라고 아츠시는 말했다. 이 집을 말이다. 왠지 기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_70쪽
오늘의 요리는 결국 평범한 이야기들의 모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오늘 과제 안 하고 게임으로 하루를 보내고 내일 영어 단어 테스트를 망친 후에 편의점에서 사먹는 빵 하나도 이 책에 실릴 수 있을 것처럼. 그런 평범한 일상의 스냅샷 모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