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1 : Before the fall - Extreme Novel
이사야마 하지메 원작, 스즈카제 료 지음, 시바모토 토레스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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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이사야마 하지메의 <진격의 거인>에 빠져있다. 애니도 만화도 즐겁게 보고 있는데, 소설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단순히 만화 내용을 글로 옮겼다면 별로 볼 생각이 안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거 옛날 이야기란다. 만화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입체기동장치의 기원을 밝힌다나 뭐라나. 궁금해졌다. 봐야겠다. 

 

 

 

70여 년 전. 입체기동장치의 탄생 

 

거인이 출현한 지 30년 정도가 지났지만 거인에 대해 알려진 것은 전혀 없던 때가 배경이다. 이 때의 인간들에게 거인은 죽일 수도 없는 괴물이다. 본편에서도 별로 알려진 것이 없는 존재이기는 하나, 여기서는 약점도 모르고 생태도 모르고 아무것도 몰라 대적할 수도 없다. 주인공인 앙헬은 공방에서 일하는 천재 무기공. 새로운 소재가 발견되자 그것을 가공해 거인과 맞서 싸울 수 있을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거인의 생태를 파악하고 약점을 알아내 그들을 없앨 수 있는 무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앙헬이 하는 일이다.

 

본편에서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역시 다른 작가가 노벨라이즈한 작품에서 떡밥이 회수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냥 외전 형식이라고 생각하면 편할까. '입체기동장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다루는 외전 말이다. 

 

 

본편과 약간 다른 외전

 

그런데 소설이 외전으로서 그리 썩 흡족하지는 않다. 본편과 비교해 봤을 때 스즈카제 료가 멋대로 넣은 설정 같은 게 간간히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거인에 대한 설정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래도 되나 싶다. 인간의 머리를 던져서 성벽 안으로 넣는 거인의 기행은 '인간을 먹는다'는 데만 집중하는 원래의 거인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작가가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자체적으로 설정해 넣은 사건인 듯 하다. 아니면 그저 그 거인이 기행종이었던 걸까? 

 

"거인이 머리를 집어던지는 거야?"

거인의 소행이라면 이 기괴한 상황도 수긍이 간다.

"그런데 왜 머리를……."

"이유 같은 건 없어."

"무슨 뜻이야?"

"먹고 싶으니까 먹는다. 싫으니까 버린다. 그게 다일 거야, 틀림없이."

"그러면-."

"인간과 독같잖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앙헬은 꾹 참는다. 그런 치부를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_28쪽

 

 

 

 

설정의 설명에 치중

 

소설은 만화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인간 사회의 권력 다툼도 조금 다루고 있는데, 앙헬이라는 천재적인 인물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그 비중이 줄어든 것도 아쉽다. 이야기가 단선적이라고 해야할까. 사건과 인물보다는 세계관과 설정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거기다 앙헬이 워낙 독보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이야기 진행에 큰 갈등도 없이(물론 주변인들이 거인에게 죽어가나 그 괴로움이 앙헬에게 큰 고비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순조롭게 입체기동장치가 만들어진다. 사회의 문제가 더 복잡하게 부각되었다면,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더 섬세하고 극적이었다면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물론 거인은 엄청난 괴물이지만,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면 겁날 것 없잖아?"

"겁나는 건 인간, 이라는 말씀입니까?"

수긍이 가는지 제노폰은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은 누군가처럼 못된 지혜를 짜내니까요."_50쪽

 

 

그럼에도 이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본편에서는 볼 수 없는 뒷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본편에서는 다뤄지지 않을 이야기이다. 엘런도 미카사도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 본편에서는 잊혀진 사람들의 이야기. 본편의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보충해주는 역할로는 충분하다. 

 

앙헬의 이야기는 이 한 권으로 끝이라고 한다. 이 세계의 다른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2, 3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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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랑가시아 송
김효현 지음, 김보현 그림 / 기적의책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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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서 나무는 땅과 하늘을 잇는 상징이라고 한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이드그라실이 세계를 지탱하며, 환웅은 신단수 아래에 내려왔다. 땅에 단단히 뿌리 내려 하늘 저 멀리까지 가지를 뻗고, 인간이 보지 못한 과거 부터 보지 못할 미래까지 그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거목. 거대한 나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다. 기적의책에서 나온 김효현 작가의 『무랑가시아 송』은 그런 나무에 다가가려는 사람들의 여정을 그린다.

 

무랑가시아 송
 
서해 바닷물의 중심에 뿌리박은 해송은 전설보다 오랜 세월부터 육지의 성흥과 쇠망을 굽어보며 창파의 두 세계, 바다와 하늘 사이에 자리애 왔다. 고대인의 믿음에 따르면 심해저보다 깊게 뻗은 뿌리는 지상의 물을 길어 올려 천공을 뚫고 올라간 가지 끝에서 흰 구름을 맺는다고 했다. 자욱한 안개를 뿜어내고 있어 하늘을 매달고 있는 해송의 가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땅거미가 내릴 때 서쪽 하늘에서 어릿어릿하는 검은 형체는 석양의 고도보다 높기에 지는 해를 받는 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신비로운 청잣빛을 띠는 줄기는 측량할 수 없을 만큼 굵어 수만 년 간 하늘을 지탱할 만하고, 해수면 위로 드러난 뿌리는 어떤 섬보다 넓지만 성지로 불리기에 스스로의 혼이 두려운 이들은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 나무는 그림자가 없었지만 모든 이가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살았다._63쪽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거대한 나무가 있는 세계. 한 종단에서는 그 나무를 신성시한다. 그 종단은 순수의 결정체인 성화가 그 나무에 닿을 때, 세상의 모든 악이 사라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1200년 전부터 성화를 찾아내 무랑가시아 송을 향한 여정을 보내지만 열 번의 시도 중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악마의 방해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열한 번째 성화를 데리고 가는 길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종단의 수호자 다섯 명과 성화의 오라비 류이치, 성화 신며리이다. 



악마는 최후에 꼬리를 내민다

-이 지상이 곧 천국이 되는 거라네. 원래부터 있던 죄악이 말소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세상 자체가 죄악을 넘어서 버리게 되지. 그 누구도 죄악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네. 원래부터 죄악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죄악에 의해 슬퍼하는 자, 분노하는 자, 혹은 스스로를 포기해버리는 자들도 사라지고 용서하는 자와 구원하는 자들 또한 사라져._90쪽
 
성화를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가 바로 이야기이다. 분위기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며 미스터리하다. 소설 속에서 캐릭터들의 개성은 두드러지지 않으며, 큰 사건이 일어나도 별로 위기같지 않고, 때로 늘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기묘하게 긴장된 공기만은 지속된다. 누가 이 여정을 방해하려 하는가, 누가 다른 이들의 죽음에 관여했는가, 누구를 믿을 수 있는가, 즉, 누가 악마인가. 뻔하다면 뻔한 반전일지도 모를 그 결말까지, 악마가 꼬리를 드러낼 그 최후의 순간까지, 진실은 해송의 주위를 둘러싼 바다 물안개 같은 긴장과 몽환 속에 잠겨 있다. 
 
결국 이건 선과 악에 관한 물음이다. 순수성의 씨앗인 성화와 그를 방해하려는 악마.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과연 악마를 비난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과 함께, 결국 이 여정의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이었던가 하는 걸 생각하게 된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성을 갖춘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 신으로 도약하고 선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할까. 어쩌면 무랑가시아 송은 절대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다. 인간은 하늘과 땅을 이은 그 사다리에 도달할 수 없다. 땅 위의 삶이 있는 이상은. 그 삶에 어떤 무게를 두고, 어느 것을 가치로 둘 것인지는 개인의 판단이기 때문에. 



수묵화처럼 그려진 정적인 분위기의 이야기는 담담히 흘러가며 이상과 선악에 관해 묻는다. 인간은 순례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그 순례에 성공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인간이라는 종족이 미성숙할지라도 해송이 거기 서있고 거기에 도달하려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것 아닐까.


눈을 현혹시키는 매듭들 너머 숨은 뜻을 알아내야만 했지만, 한 번 풀고 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선뜻 끈을 잡아당길 수 없었다._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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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수집 - 디자인 놀이터 런던에서 수집한 27가지 디자인 이야기
이은이.김철환 지음 / 세미콜론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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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감탄했던 것 중 하나는 상점들의 디스플레이였다. 옥스포드 스트리트와 백화점의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중고 물건을 파는 채러티샵들조차 윈도우 디스플레이가 깔끔하고 세련됐다. 정말로 중고물건들이 맞나 싶을 만큼. 그 뿐이겠는가. 그냥 템즈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스카이라인이 참 예쁘구나 싶고 미술관은 물론이고 거리에도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예술의 도시.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몰려온다는 이야기가 맞는 것같다. 런던은 디자인의 도시이다. 

 

 

런던 속의 디자인

 

『런던 수집』은 런던 속의 27가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디자이너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디자인 회사를 이야기하기도 하며, 디자인 정책이나 가게를 소개하기도 한다. 디자인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들어와있고, 전혀 관계 없을 것도 같은 범위에도 디자인 요소가 있으니만큼 꽤나 폭넓은 범주에서 런던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디자인을 이야기하는데 왜 이 주제를 들고 왔을까? 전혀 디자인 같지 않은데.' 싶은 것들도 있지만 그렇게 이해를 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디자인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의도해서 만들어낸 것만이 디자인인 것만은 아닌가보다고. 

 

 

런던에 가고 싶다.

 

런던을 디자인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대략 1년 간 지냈던 이 도시에 대해 무지했다는 걸 깨닫는다. 무심히 지나치고 넘겼던 곳들에 이런 이야기가 숨어있었다는 걸 알게 되니 참을 수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날아가고 싶다. 단순히 꽃무늬는 취향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캐스 키드슨도 이렇게 다시 보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고 사람들 참 옷 이상하게 입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자유롭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키웠구나 싶다. 박물관에서는 봤지만 운행되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한 토머스 헤더윅의 2층 버스도 보고 싶다. 앞을 몇 번이나 지나쳤지만 들어갈 생각은 못했던 영국 왕립미술원도 가보고 싶다. 이 외에도 보고 싶어진 게 수없이 많다. 

 

여러방면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각 분야에 대한 설명이 그리 깊지는 못하다. 대체로 설명과 사실의 나열. 그렇지만 런던에 대해 알고 싶은 비전문가에게는 더 없이 가볍게 읽고 넘기기 좋은 글이다. 다양한 사진자료들과 설명이 어우러져 런던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준다. 

 

영원한 로망의 도시. 예술과 디자인의 도시 런던. 런던에 가고 싶다. 런던의 하나하나를 다시 수집해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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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탐정 설록수
윤해환 지음 / 씨엘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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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트잉여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며, 문자나 메신저나 전화보다 트위터 멘션에 답하는 게 빠르고, 트위터가 되지 않으면 불안하고, 조금 이상한 게 있으면 트위터에 올리고 본다. 트위터 계정은 세 개,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간밤에 올라온 트윗들 확인하기, 직접 만나는 사람보다 트친들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주변인들이 다들 나만 빼고 트위터에서 이야기를 나누기에 시작했다가 지금은 내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파랑새. 저 요사스런 파랑새. 그렇다. 난 빼도박도 못하는 트잉여다. 

 

 

 

#내_셜록이_트잉여일_리_없어

 

그래서 말인데, 저번에 리트윗으로 내 탐라에 온 트윗 하나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 셜록이 트잉여일리가 없어'라는 말과 함께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서점에서 이 책을 찍은 사진이었다. 윤해환 작가의 『트위터 탐정 설록수』. 책을 읽지 않았던 시점에서의 나는 '에이, 그래도 그렇게까지 트잉여겠어. 트위터를 도구로 이용하는 수준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안일했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책을 직접 읽어보니 설록수는 나보다 더 심한 트위터 중독자, SNS피로증후군 환자였던 것이다. 

 

"하루라도 SNS를 안 하면 불안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누가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 궁금해한다. 댓글이 적으면 우울해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 폰부터 찾고 잠자기 전에도 당연하다는 듯 SNS를 확인, SNS피로증후군은 도박처럼 집착 등의 중독증상이 심하다.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막 누가 RT를 해서 타임라인에 떴더군요." 

"그렇다면 환자분도 RT하시고 앞에 덧붙이시죠. 님들아, 저 의사가 SNS피로증후군이래요라고"_255쪽

 

 

#한국형_셜록홈즈

 

『트위터 탐정 설록수』는 셜록홈즈의 재해석본이다. 원작에 기반한 에피소드들은 현대의 한국에 맞게 다시 쓰인다. 설록수는 탐정이 없는 한국의 유일한 탐정. 김영진은 라식 수술 부작용으로 제대 후 충선대에 편입한 대학생. 설록수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어쩌다가 @DRWATSON이라는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게 됐다. 설록수는 트위터, 싸이월드, 편지 등으로 사건을 의뢰 받으며 사건 해결에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 제목부터가 '타임라인 연구'로 트위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트위터의 소모임인 **당들도 적극적으로 등장한다. 트위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을 때, 트위터를 이용해봤을 때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은 가볍다.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추리의 트릭보다는 셜록홈즈의 변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래의 셜록홈즈 에피소드에서 어떤 부분은 유지되며 어떤 부분은 사라지고 어떤 부분은 바뀐다. 친절하게도 원전 소설이나 소스에 관련된 이야기를 주석으로 시시콜콜, 친구에게 말하듯 설명해주기까지 한다. 트릭을 파헤치는 재미보다는 한국의 셜록홈즈, 설록수라는 인물의 행동과 영진의 관계가 더 재미있다. 

 

 

 

#트잉여_공감물

 

그리고 트위터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트위터 이야기가 웃겼다. 객관화 된 트잉여, 설록수의 태도가 비정상적이라며 웃다가 트잉여인 나는 외부인에게 이렇게 인식될 수 있구나 하는 깨닫는다. 물론 설록수의 트위터 환경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겪고 있는 타임라인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요새는 #**당 태크도 보기 힘들고, 싸이월드는 버림받고 모두가 페이스북으로 넘어간 상태니까. 그러니 지금보다 몇 년 전이 더 소설적 배경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래도 기본적인 트위터 사용 태도가... 그래. 공감 간다. 

 

"LTE가 안 터져. 저 버스 때문인 거 같아."

"타세요."

"타임라인 감시를 해야 해. 백수당 당주 백백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통도사에 대한 멘션을 RT하고…… 있다가 리밋에 걸렸군!"

"잘됐네요. 이제 더 이상 업데이트는 없겠네요. 어서 타세요."

"그럴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나중에 리밋이 풀린 후의 백백수를 감시할 수 없잖은가!"

"리밋이 내일 풀릴 텐데 무슨 소리예요."

"부계정이 있을 거야! 부계정을 찾아야해!"_264쪽

 

 

마지막으로...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 분들이 이 소설로 편견을 가지셨을까봐 변명을 조금 해보겠다. 트위터 사용자들도 다들 사용하는 법이 다르다. 나는 나와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의 교류, 원하는 정보의 구독이 트위터의 목적이라 팔로워는 많이 신경쓰지 않는다. 내 친구는 모르는 사람이 팔로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 프로텍트도 걸어놓고 소수의 지인들과만 메신저처럼 사용한다. 물론 누군가는 여기 나오는 트위터리안처럼 팔로워와 영향력에 신경을 엄청 쓸 것이다. 팔로워 한둘 떨어지는 걸 알아 채는 사람도 봤다. .....하지만 역시 진실이 많이 담겨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네. 

 

그런 사건이 일어나고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 버스에 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바로 옆에 친구가, 연인이 앉아 있음에도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핸드폰 액정 화면뿐이었다._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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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김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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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에 관련된 수업을 들었었다. 학생들이 환상적인 요소를 가진 작품에 대해 각자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호러에 관련된 작품들은 하나같이 모두 뱀파이어물들이었다. 그만큼 흡혈귀라는 요소는 판타지에서 뗄 수 없는 존재이고, 계속해서 소비되는 괴물이다. 그 흡혈귀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인물은 단연 드라큘라. 비록 드라큘라에 대해 발표한 학우는 없었지만, 그들이 발표했던 작품들이 드라큘라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흡혈귀에 대한 많은 설정이 여기서 만들어졌다고 하니까. 

 

 

 

『주석달린 드라큘라』는 제목 그대로. 어마어마한 주석량을 지닌 주석달린 시리즈 중 하나. 『주석달린 셜록홈즈』의 주석 작업을 한 레슬링 S 클링거의 작업물이다. 주석달린 시리즈는 나 역시 좋아하는데, 원 텍스트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과 색다른 해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주석이 있건 없건 드라큘라의 전문을 제대로 읽어보는 것도 처음이다. 드라큘라 역시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데 내용은 다들 아는 이야기'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리라. 드라큘라 백작이 흡혈귀이고 그가 퇴치된다는 건 알지만 누가 어떻게 왜 드라큘라를 퇴치하는지는 몰랐다. 이번에 주석달린 드라큘라를 통해, 드라큘라 전문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드라큘라에 대한 전문 이상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주석은 원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지리적, 시대적, 역사적 배경 지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일기와 일기, 사건과 인물 사이에 있는 틈에서 새로운 해석을 해낸다. 드라큘라는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일기, 편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씩 오류가 나기도 하며, 자신을 변호하기도 한다. 이야기가 편지와 일기라는 방식으로 한 겹 덧 씌워졌기에 실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다. 


레슬리 S 클링거는 주석에서 이런 틈을 끊임없이 지적하며 드라큘라의 진실은 무엇일지 계속해서 묻는다. 주석이 없었을 때 내가 드라큘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주석이 어떻게 그들의 인상을 바꾸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만약 주석이 없었다면 등장인물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그들을 숭고한 신사숙녀로 봤을 것이다. 그런데 주석은 그런 이미지를 가차없이 깨부수며 그들의 태도를 지적한다. 어찌나 냉정하게 비판하고 지적하는지 주석 때문에 인물과 브람 스토커에게 동정이 갈 지경.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점을 통해 드라큘라는 하나의 단일한 텍스트를 넘어 다양한 서브텍스트를 품고 있는 이야기의 원천이 된다. 수많은 의문점 사이에서 가장 절절한 해답을 찾아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작업이다. 

 

 

드라큘라, 흡혈귀 이야기의 가장 전형적이며 중요한 작품. 주석을 통해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직접 드라큘라를 만났을 때 이 이야기들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있을지도. 마늘과 성수와 십자가, 성체용 빵을 준비해야하는 건 확실히 적혀있음! 

 

"일 년 전만 해도 우리 중 누가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소. 과학과 무신론을 숭상하고 눈에 보이는 사실만 받아들이는 이 19세기에 말이오. 우리는 우리 눈앞에서 입증된 사실조차도 코웃음치며 받아들이지 않았소. 하지만 흡혈귀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나 흡혈귀의 한계, 그자를 퇴치하는 방법이 같은 근거 하에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하오. 흡혈귀는 인간이 있는 곳에 항상 존재해 왔소."_4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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