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탐정 설록수
윤해환 지음 / 씨엘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트잉여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며, 문자나 메신저나 전화보다 트위터 멘션에 답하는 게 빠르고, 트위터가 되지 않으면 불안하고, 조금 이상한 게 있으면 트위터에 올리고 본다. 트위터 계정은 세 개,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간밤에 올라온 트윗들 확인하기, 직접 만나는 사람보다 트친들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주변인들이 다들 나만 빼고 트위터에서 이야기를 나누기에 시작했다가 지금은 내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파랑새. 저 요사스런 파랑새. 그렇다. 난 빼도박도 못하는 트잉여다. 

 

 

 

#내_셜록이_트잉여일_리_없어

 

그래서 말인데, 저번에 리트윗으로 내 탐라에 온 트윗 하나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 셜록이 트잉여일리가 없어'라는 말과 함께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서점에서 이 책을 찍은 사진이었다. 윤해환 작가의 『트위터 탐정 설록수』. 책을 읽지 않았던 시점에서의 나는 '에이, 그래도 그렇게까지 트잉여겠어. 트위터를 도구로 이용하는 수준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안일했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책을 직접 읽어보니 설록수는 나보다 더 심한 트위터 중독자, SNS피로증후군 환자였던 것이다. 

 

"하루라도 SNS를 안 하면 불안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누가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 궁금해한다. 댓글이 적으면 우울해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 폰부터 찾고 잠자기 전에도 당연하다는 듯 SNS를 확인, SNS피로증후군은 도박처럼 집착 등의 중독증상이 심하다.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막 누가 RT를 해서 타임라인에 떴더군요." 

"그렇다면 환자분도 RT하시고 앞에 덧붙이시죠. 님들아, 저 의사가 SNS피로증후군이래요라고"_255쪽

 

 

#한국형_셜록홈즈

 

『트위터 탐정 설록수』는 셜록홈즈의 재해석본이다. 원작에 기반한 에피소드들은 현대의 한국에 맞게 다시 쓰인다. 설록수는 탐정이 없는 한국의 유일한 탐정. 김영진은 라식 수술 부작용으로 제대 후 충선대에 편입한 대학생. 설록수와 함께 살게 되었는데, 어쩌다가 @DRWATSON이라는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게 됐다. 설록수는 트위터, 싸이월드, 편지 등으로 사건을 의뢰 받으며 사건 해결에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 제목부터가 '타임라인 연구'로 트위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트위터의 소모임인 **당들도 적극적으로 등장한다. 트위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을 때, 트위터를 이용해봤을 때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은 가볍다.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추리의 트릭보다는 셜록홈즈의 변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래의 셜록홈즈 에피소드에서 어떤 부분은 유지되며 어떤 부분은 사라지고 어떤 부분은 바뀐다. 친절하게도 원전 소설이나 소스에 관련된 이야기를 주석으로 시시콜콜, 친구에게 말하듯 설명해주기까지 한다. 트릭을 파헤치는 재미보다는 한국의 셜록홈즈, 설록수라는 인물의 행동과 영진의 관계가 더 재미있다. 

 

 

 

#트잉여_공감물

 

그리고 트위터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트위터 이야기가 웃겼다. 객관화 된 트잉여, 설록수의 태도가 비정상적이라며 웃다가 트잉여인 나는 외부인에게 이렇게 인식될 수 있구나 하는 깨닫는다. 물론 설록수의 트위터 환경은 '지금 이 순간' 내가 겪고 있는 타임라인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요새는 #**당 태크도 보기 힘들고, 싸이월드는 버림받고 모두가 페이스북으로 넘어간 상태니까. 그러니 지금보다 몇 년 전이 더 소설적 배경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래도 기본적인 트위터 사용 태도가... 그래. 공감 간다. 

 

"LTE가 안 터져. 저 버스 때문인 거 같아."

"타세요."

"타임라인 감시를 해야 해. 백수당 당주 백백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통도사에 대한 멘션을 RT하고…… 있다가 리밋에 걸렸군!"

"잘됐네요. 이제 더 이상 업데이트는 없겠네요. 어서 타세요."

"그럴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나중에 리밋이 풀린 후의 백백수를 감시할 수 없잖은가!"

"리밋이 내일 풀릴 텐데 무슨 소리예요."

"부계정이 있을 거야! 부계정을 찾아야해!"_264쪽

 

 

마지막으로...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 분들이 이 소설로 편견을 가지셨을까봐 변명을 조금 해보겠다. 트위터 사용자들도 다들 사용하는 법이 다르다. 나는 나와 성향이 맞는 사람들과의 교류, 원하는 정보의 구독이 트위터의 목적이라 팔로워는 많이 신경쓰지 않는다. 내 친구는 모르는 사람이 팔로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 프로텍트도 걸어놓고 소수의 지인들과만 메신저처럼 사용한다. 물론 누군가는 여기 나오는 트위터리안처럼 팔로워와 영향력에 신경을 엄청 쓸 것이다. 팔로워 한둘 떨어지는 걸 알아 채는 사람도 봤다. .....하지만 역시 진실이 많이 담겨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네. 

 

그런 사건이 일어나고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 버스에 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바로 옆에 친구가, 연인이 앉아 있음에도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핸드폰 액정 화면뿐이었다._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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