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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 단편집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이상원 옮김 / 좋은생각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언제나 대가의 소설을 접할 적에는 나도 모르게 고무되고 만다.
무수히 쏟아지는 작품에 대한 찬사들, 해석들, 평론들 속에서
나만의 시각으로 그 작품을 바라보기란 단연코 쉽지 않으며
심지어 지나친 자만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체호프는 세계 최고의 단편 작가'라는 톨스토이의 찬사가 무색하지 않다고 동조를 해야 하는지,
'뭔가 일이 일어나려고 하면 끝나버렸어 허무주의가 이런 건가봐' 라고 그저 무덤덤하게 내뱉어야 하는지.
그렇지만 한가지는 알겠다. 체호프는 문장을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라는 것.
'인생은 멋지고 신비로우며 심오한 의미로 가득 찬 것이라 느껴진다'
'세상은 편안하고 구슬프게 아름다운 곳으로 변모한다 별빛도 감동한 듯 다정하게 빛나고'
'저 멀리 하늘과 땅이 아스라이 섞여드는 지평선에는...이제 더 이상 밤길도 클림도 무섭지 않다'
다시금 생각해봐도 이 작가의 장소와 정경, 인물간의 대화를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재능은
돋보이는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작가고 내가 읽은 책은 그의 단편을 모은 150쪽이 채 안되는
양장본 정도지만 체호프가 대단한 작가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주위 사람들은 허무하단 말을 참 많이 했다. 나도 이렇게 끝맺음을 툭툭 자르듯이
하는 작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뭐, 이틀 열흘 갈 진한 여운을 남겨야만
강렬한 단편이고 좋은 단편인가? 그건 아니랜다. 모두들 끝은 허무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든단다. 나도 그렇고.
이 책을 읽고 요즘들어 부쩍 자주 하는 생각인데
정말 러시아는 대단한 문호가 많은 나라다. 문학의 나라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내가 러시아어과에 들어오길 잘했지. 빠따무쉬따..